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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나는 식물이 아닌 동물이라서 행복하다

오늘 아침 문득, 출근 길에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나는 식물이 아닌 동물이라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일 내가 식물로 태어났다면 내가 뿌리를 내린 곳에서 그 누군가가 나를 옯겨주지 않으면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 갈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내 몸이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또한 생각하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무척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산소가 없다면 우리 모두 죽어 없어질 목숨인데도 우리는 공기의 고마움을 느낀 적이 몇번이나 있을까? 내 삶이 숨이 막혀 올 때 갑자기 내가 식물이 아니고 동물임을 깨닫고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이런 엉뚱한 생각을 출근 길에 하고 있다면 아마도 나를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정말 오늘 아침 비가 축축히 내리고 있지만 그래도 참 내가 걸어 갈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걱정을 한다. 어쩌면 아이는 아이 스스로 고민으로 모든 부모로부터의 관심이 싫을지도 모르겠다.사실 나는 그다지 공부를 잘 하지도 학교에서 빼어났던 사람도 아니였기에 아이가 빼어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무지하여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 갈때 무지 때문에 고통 받을까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오지 마을의 사람들이 문명을 몰라도 전혀 불편함을 모르고 살고 있고, 그들이 인간적으로 부족함도 없다. 오늘 아침 나는 내 아이도 식물이 아니라 감사하다. 아이는 원하면 훨훨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것이다.

이른 아침 어제밤의 무거운 마음을 한 그루나무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쾅쾅 방문을 걸어 잠구는 틴에저를 가진 부모인 나는, 아이를 통해 많이 많이 상처 받고 어떤 때는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부모도 세상을 잘 모르듯 아이는망망대해의세상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자신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망망대해는 기회의 땅이 되어 줄 것이고, 준비하지 않은 자는 자신의 울타리에서 세상이 너무 좁다고 하면서 좌절할 것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 세상에 태어남은 곧 자비요, 축복인지도 모른다. 나무처럼 우직하게 순종하면서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으며 찬미의 노래를 불러야 하리라. 갈증을 느낄 때 단비를 주심에 감사하고, 그 나무를 바라다 보는 나를 보고 내게 말을 걸어 주는 저 나무에게 나는 진한 감사를 보낸다. 어제 밤의 나의 좌절과 나의 고통을 나무는 두 팔을 벌려서 안아 준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두려워 하지 말라고.....

너가 어렸을 때도 나는 여기 있었지만 너는 너무 바뻐서 날 보지 않았고, 너가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출근을 하면서도 너는 나를 알아 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늘 이 자리에서 너를 바라보고 있었단다. 아! 내 아이가 내 마음을 못 알아주듯 나도 그런 어리석음을 저질렀구나!

세상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나무처럼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고 싶다. 나는 동물인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도 우직한 나무처럼 자신의 꿈나무를키워나가기를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