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일 제7호 태풍 곤파스(KOMPASU)가 지나갔다. 나는 밤에 잠이 들면 누가 떠메가도 모르고 자는 스타일인데 예사롭지 않은 바람소리에 눈을 떴다.
아마도 내 평생 들어 보지 못한 바람소리였다.
가끔 여름이면 나가본 태풍치는 바다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바람이었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뜨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열어 놓은 창문이 덜덜 떨고,나무들은 미친듯이 흔들렸다.마치 아파트가 날아 갈 것처럼 흔들렸고, 다른 아침과 달리 창문을 열고 내려다 보니 길가에 간밤에 바람으로 나무가지와 잎새 그리고 나무들이 쓰러져 누워있었다.
왠지 두러움 반절 통쾌한 마음이 반반이었다. 내 안에 응어리가 참 많았는지 정말 다시 만날 수 없은 바람을 느끼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람을 느꼈다. 아침 6시쯤에 뉴스를 보니 많은 피해가 있다는 급박한 뉴스가 나오고 급기야는 서울시 초중고 아이들은 11시 등교로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아이는 새근새근 잠을 자고 나는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바람을 가슴으로 받아 들였다. 사람이 아무리 잘난 척 해도 자연 앞엔 너무나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는 아침이다.
얼마나 미련한지 눈으로 보고 만져 보아야 그제서야 깨닫는 나는 얼마나 어리석고 어리석은 사람인가?
나는 학교에 다닐 때 지리나 역사 과목을 좋아했는데 특히 세계지리를 배울 때는 세계이야기를 해 주는 선생님이 꼭 옛날 얘기를 해 주시는 것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배시시 웃을 때도 있었다.
최근 늦은 밤 EBS에서 특집으로 오지에 사는 사람들의 생과사를 다큐로 보여주고 있어서 참 보는 동안 행복했다. 요즘 들어서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이 살아 있는 천연의오지,최저 온도에 사는 사람, 최고의 온도에 사는 카레반의 삶, 히말라야 오지에서 꿀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삶, 라다크 사람들을 보면서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가장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에 진한 향수와 감동을 배운다.
내가 사는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급한 뉴스 속보를 접하면서 여러나라의 기상 현상들을 보면서 그 동안 멀게만 느꼈던 환경파괴의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를 깨닫는 2010년이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 왔던 지난 20~30년전의 성장발전을 통해 이제는 선진국 어디를 가도 그다지 크게 부럽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가 선진 부국이 되었지만 어찌 보면 지금 발전하지 못한 캄보디아,필리핀 등이 우리나라 70년대의 모습이라는데 , 나는 내가 살았던 그 인간적이던 70년대의 자연과 그시대 인간적인 사람들의 품성으로 돌아가고 싶다.
다시 70년대의 복구유행이 돌아왔다. 미니스커트, 막걸리, 촌티패션, 고슬고슬파머머리 등이 왔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모른다. 이미 기성세대가 그 시절 다 해본 세대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 이들은 2010년을 사는 신인류이기 때문이다. 신인류는 엄지족이고, MP세대, 와이브로세대다. 그들은 행복한 걸까? 어쩌면 그들만의 트랜드로 정말 신인류사회가 형성 될지도 모르겠다. 내 기도하노니 절대로 신인류여, 기성의 세대가 되지 말아다오.
태풍이 지난 간 후 아침 출근을 하려니 가로수가 너무나 많이 쓰러져 있다. 종군 기자가된 기분이다. 태풍 한번 불었을 뿐인데 마치 폭탄을 맞은 듯 거리가 스산하고 어지럽다.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버리는데도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출근하는 길가에 커다란 잣나무가 쓰러있었는데 오늘 아침 길을 걷다보니 전기 톱으로 잘려서 나무 둥거리로 변해길에 누워 있다.
잣나무 향기를 코로 들이 마시면서 나는 생각한다.
"태풍이 오고 바람이 불고, 화산이 폭발함은 우리를 깨우치고자 하는 섭리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그 섭리에 귀 기울이고 겸허함을 배우고자 한다.
http://blog.paran.com/sens94/38921625 김광석의 노래/친구가 그리워 블러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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