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병일기

5월을 계획하면서



 5월 1일부터 너무  팍팍한 스케줄로 몸이 맛이 갔다. 사람들과의 약속을 실천한다는 것이 참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는 함께라는 것에서 좀 멀어져 있고 싶은 때인 것 같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애를 써 보지만 때때로 따라 주질 않는다.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은 많지만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요사이 나는 내 가족에 대해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돼 묻게 된다. 요즘 나는 강박적으로 달력의 모든 일정을 빽빽이 메우고 있다. 유일하게 쉬는 금요일조차도 오전, 오후로 나뉘어 무언가를 배우거나 활동을 하는 것으로 채우고 있다. 하루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5월 첫날 그냥 쓰러졌다. 

최근 일교차가 심하여 옷을 얇게 입은 것이 치명적이기도 했지만 내 계획에 미리 내가 질렸는지도 모른다. 내 일정에 불쑥불쑥 가족의 행사가 끼어들어오니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잘 사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내가 살고 볼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일정을 조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순위를 적어 생략 또는 다음 기회에 접할 수 있는 것 등으로 분류를 하여 재 정리를 하니 훨씬 5월 일정이 가벼워졌다. 지나친 욕심을 내는 것은 내 나이에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목 폴라를 벗는 순간부터  감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남들은 V넥의 시원한 옷 차림이지만 나는 그렇게 하면 바로 그날밤 끙끙 앓는다. 전에는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나도 이제는 저항력이 약해졌나 보다.

 

매월 1회 자원봉사를 하고 가능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여행을 하면서 나 자신을 객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나 혼자 하는 일은 즐거운데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인간적인 회의가 생긴다. 나름 인생을 살만큼 살았음에도 싫은 것은 싫으니 아직 어른이 되기는 그른 것 같다. 종교 생활도 사람을 보면 안 된다는데 역시 사회봉사도 사람을 보지 말고 일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오월 첫날부터 난방을 틀고 땀을 내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한결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남들은 꽃놀이로 정신이 없는데 나는 감기약에 쌍화탕을 먹고 내 건강을 추스르고 있다. 예전의 내 몸이 아닌 것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바로 몸살이 온다. 이런 것도 나이 들어가는 모습일 것이다. 친구들이 건재하지만 그들도 나와 같을까?

 

카톡에 안부들을 전하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건강하지 궁금하다. 내가 이럴 진데 그들이라 다르지 않을까?  내 어머니가 구십이 넘도록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묘비에 그녀의 나이를 보고서야 그가 정말 연로한 사람이었음을 느낀다. 나는 그녀처럼 살 수 있을까?  어머니는 85세까지는 성당에 나가시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셨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최근 입맛이 없다는 말을 나 자신에게  하고 있다. 정말 맛집을 찾아가야 입맛을 되 찾을 수 있을까? 지난번 잠실에서 치킨을 여럿이 모여 먹으니 정말 맛이 좋았다. 어떤 음식 든 누군가와 같이 먹어야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밥 친구가 꼭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지난 4월에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밥을 많이 먹었다. 내가 살아 있는 날 동안 그들과 자주 만나 밥을 먹고 좋은 얘기도 나누며 살아야겠다. 그래도 나는 자주 잠실을 나가는데 친구들은 근 20년 만이라고 한다. 참 사람이 사는 곳에서만 사는 것 같다. 나름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 노력을 하는데 자꾸 동네 아줌마가 되는 것은 왜일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이런 것들과 친해지는 과정인가 보다.     

 

728x90

'투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모님을 보내 드립니다.  (0) 2024.03.24
새 가족이 생긴 다는 것은  (0) 2024.03.11
몸살 기운이 있는 오후  (0) 2024.03.05
전화 벨 소리 단상  (1) 2024.02.25
맥주 광고 그만 하면 안될까요?  (2)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