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마음이 산란하다
나이탓일까? 연말 마음이 매우 산란하다.
그동안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리어 아무 생각없이 일에만 매달려 달려 온 2010년이다.
마치 최면에서 깨어난 것처럼 한 방중에 눈물이 나서 펑펑 울었다. 어디에 이 많은 눈물이 숨어 있었는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도록 펑펑 울었다. 그 다음날 아침 내 얼굴을 보니 병실에서 몇일 있다 나온 사람처럼 볼골이 흉흉하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2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 쏟아졌다.
산다는 것이 무엇이기에 슬퍼할 시간 마저 주지 않았던 것일까? 내가 생각해도 비정할 정도로 극도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무 가치한 감상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보호막을 쳤던 것이다. 예년 같으면 얼굴보자는 전화에 "응, 그래"라고 말하고 달려 나갈 자리에도 나는 핑계를 대고 그냥 집에서 음악을 들었다.
좋아하는 영화도 손이 가지 않는다. 그냥 무심히 도서관에서 빌려온 컴퓨터와 사진 관련 책을 넘기고 있다.
해마다 연말을 보내지만 올해만은 특별하다.
이제 내년이면 나는 꺽어진 100살이 된다. 엊그제 꺽어진 30살을 외치던 10대였던 내가 이제 나의 엄마의 나이가 되어 10대 아들에게 휘들리고 고통스러워 밤을 지새고 있다. 산다는 것이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한데 간단, 명료, 단순하게 살아가려 하면 다시 일이 어긋나서 복잡해지고 나 자신이 몸서리 칠 만큼 내 스스로가 밉고 싫어질때가 있다.
금년 하반기 들어 나는 마음이 많이 많이 산란하고 혼란스럽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신과 희망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올해 나는 나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원하던 원치 않던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니 그것은 어른인 나의 책임인 것이다. 2011년 회사 살림도 어려워진다는데 창의적인 생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내야하는 악박감도 나의 머리를 혼란으로 빠지게 하였다. 나의 노년은 나누는 삶을 지향한다. 나누기 위해서는 나는 무언가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보니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허탈감이 든다.
나의 작은 바람은 수도권 가까이에 텃밭이 넓은 집에서 지인들이 왔을 때 손에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돌아가게 하고 싶다. 그리고 내 낡은 거처에 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마음 편히 쉬어 가게 하고 싶다. 그런데 지금 당장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다. 작전을 바꾸어야겠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웃에게 몸으로 해 줄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
돈버는 기술, 머리깎는 기술,사진 찍는 기술, 부지런히 운동하는 노력, 느끗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인내력등등 지금 내가 실천하는데 주저하는 것들을 신년에는 과자를 사 먹듯이 편한 마음으로 노력해 봐야겠다.
올해 김장은 시댁에서 했지만 2011년이 되면 김장도 내 스스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치 담그기, 된장 담그기, 음식요리 공부 등의생활적이 과제도 많다.
아이가 공고를다니게 되니 나도 공학도에 대해 조금은 공부를 해야 아이의 진로를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매력이 있는 것이고,바라다 볼 수 있는 것 같다.
신묘년에는 나의 화두는 침묵이다.
침묵의 시간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싶다.
진정 내가원하는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싶다.
이제 2주간 동안 나는 내 49세인생을 만긱하고 2011년 오십살 먹은 사람은 어찌 살아야 하는지 그 삶의 방향을 정해보고 싶다. 깨끗한 신년 달력처럼 내 마음을 깨끗히 청소를 하여 몸과 마음이 새로워지는순간에 2011년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