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어수선하면 생각도 산만해진다. 나만의 습관일까? 희한하게 머리를 할 때가 되면 자꾸 머리에 눈이 가고 신경도 예민해진다. 연초 내 자신과의 대화에 집중하다 보니 친구로부터가 전화가 왔다. "너, 무슨일 있니? 연락도 없고?" 안부를 물어와 준 친구가 고맙다. 한해 한해 연말을 맞이하는 기분이 다르다. 무언가 가슴 설레이던 때도 있었는데 이번 연말은 또 다시 시작되는 새해가 조금 두럽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이제 노년의 초반부인데 앞으로 20년 정도를 어떤 것을 하면서 보내야 후회없는 삶이 될런지 자못 비장한 마음마저 든다.
내가 살아온 30년의 세월은 나의 직업이 나를 대변해 주었다. 그러나 은퇴 후 20년은 소속과 비 소속의 갈림길에 있고, 어딘가에 의존적인 삶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내가 살아내어야 하기에 더욱 신중하고 비장하기 조차하다. 사실 쉽게 생각하면 아주 간단 명료하다. 무리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것, 의욕보다는 갈무리를 할 것, 건강이 있을 때 견문을 넓히는 여행을 많이 할 것,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운동를 지속적으로 할 것 등의 소박하지만 기본적인 삶의 방식외 내가 노년의 보람을 느끼면 애착을 가질 꺼리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해 사회생활을 해 보니 역시 인간에게는 일이 있는 것이 즐거움을 줌을 깨달았다. 이곳 저곳 배움을 하면서 1년을 보내 보니 나름 그런 것도 좋았다. 그러나 매년 이런 것들이 반복이라면 너무 가볍고 무게감이 없다. 오래 해도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갈무리하여 앞으로 10년정도 투자를 한다면 그런대로 결과물도 나오고 그 부산물이 나의 노년의 기념품 역할을 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두 재주는 남을 즐겁게 해 주는 중요한 요소인데 불행하게도 내게는 그런 재주가 없다. 무 특기라 내 세울 것이 없다. 나의 정서는 무척이나 거치고 야생성만 있을 뿐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차분하고 진득하면 거기에 섬세함이 필요하건만 작년에 도자기를 해보면서 느낀 것은 무한한 인내심과 집중이 필요했다. 최근 동영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데 내가 무엇을 배워 진득하게 할 꺼리가 무엇일지 그리고 또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것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어쩌거나 당장 머리를 하러 나가야 할 것이고, 산책을 하면서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