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아직도 내 시간 관리가 어렵다.

mama77 2023. 1. 19. 09:59

2023년이 벌써 19일이 지났다.  한 주간은 작년에 한 일들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또 올해는 뭘 하고 지내지라는 화두를 가지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둥 떠 있었다. 특정하게 하고 싶은 것이 없고 정초 무력감이 나를 지배하였다. 작년 하반기 그 많던 자신감을 사라지고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이 흐물흐물한 형체만 남았다. 이것을 하면 내가 힘이 날 거야 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헤매는 시간이었다.

다행스럽게 주변의 사람들의 희소식이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시동생이 연말 끝자락에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식구가 줄어드는 시간이 오래였는데 드디어 작년부터 조카와 사촌들이 자식을 낳고 결혼을 하는 것 같더니 드디어 우리 가족의 일원이 충원이 되어 가고 있다. 아마도 나의 아들도 내년 정도에는 장가를 갈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의 출가 이후 나는 좀 나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자녀에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 내 인생을 제대로 살아 보는 시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동네 친구도 생겨 적막할 때 전화를 걸어 너스래를 떨 사람도 있지만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무게감을 느낀다.  모 카피라이터는 매번 자기소개서를 수정하여 작성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정말 내가 누구일까? ", "왜, 난 살아 있는데도 늘 걱정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부질없이 정초 토정비결을 읽어 본다. 아마도 아직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해마다 보는 토정비결은 정답이 없다. 귀에 걸면 코걸이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그럼에도 나는 올해도 그 모호한 표현에 상상력을 가미해 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무력감의 시작은 작년 연말 모임이 도화선이 되었다. 내게 여행을 같이 가고 싶다는 제안과 연말 오라버지의 인도 여행이 오버랩되면서 아무 여행도 못 떠나는 내 처지가 너무 싫었다. 거기다 연초 베트남에서 걸려 온 보이스 톡이 한몫하였다. "날씨가  너무 좋아! 지난주 남편하고 왔었는데 지금은 딸하고 한 달 정도 있다가 갈 거야. " "자기야, 비행기 표 지금 싼 것 많아. ", "지금 올래?"" 늘 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실천을 못하는 나로서는 혼란스럽다. 사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단지 결단력이 없어서 망설이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코로나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 등 너무나 많은 핑계거리가 있다.  나 자신의 소속에 대한 기반이 흔들려 있는 지금. 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냥 놀 건지, 일 할 건지. 그것이 문제이다.

 

이미 나의 시간은 정해졌다.  나는 올해 책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국내여행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그리고 영상제작 공부와 실천 그리고 작년에 배운 것들에 대한 복기를 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또한 집을 정리하는 과제가 있다. 이제 진정한 내 노년의 삶을 오래도록 누릴 편안 제2의 거처를 조사해야 한다. 진정한 내 삶의 울타리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니 남들이 말하는 한달살이는 내게는 사치인  것이다. 아직도 나는 내 자신을 재 정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