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내가 싫은 것은 안 하는 게 좋아

mama77 2022. 8. 15. 10:20

지난 주 너무 분주한 주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노래방이 가기 싫다. 그런데 어쩔 수 없어서 참석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연휴내내 몸살이 났다. 무언가 쫓기듯이 일정을 잡고 그 일정에 따라 내 몸을 맞긴 탓도 있지만 비가 오고 우울한 뉴스를 접하면서 마음의 변화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지난 주 어디를 가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냉수를 들이기고 집에 돌아와 냉수 목욕등으로 몸이 많이 힘들었는지 주말 내내 누워 있었다.

이틀을 누워서 헤매다 보니 몸이 까라져서 이성을 잃고 잠을 잤다. 나도 노래를 잘하면 아마도 노래방 후유증이 없을 텐데 왠지 내가 적응이 가장 안 되는 곳이 노래방인 것 같다. 나는 모임에서 식사만 하고 헤어지면 좋겠는데 늘 한국 사람들은 2차를 해야 즉성이 풀리나 보다. 물론 사람들과 친하게 되는 과정에서 노래는 정말 빨리 가까워지는 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거나 못처럼만에 다녀온 노래방 후유증과 그동안 하루도 긴장을 늦추지 않은 기간 동안의 후유증으로 나가 떨어져서 잠을 잤다.

 

해마다 연례행사로 나는 이 주간에 여행을 떠났었는데 금년에는 장마 폭우로 어디론가 떠날 수가 없다. 물 나리를 겪는 사람들의 애통함과 어려움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이 보다 더한 일들을 우리는 겪어야 한다니 참 마음이 아프다. 못처럼 만에 집안의 음악을 끄고 조용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 옥상에 올라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다 보았다. 바질, 쟈스민, 토마토, 이름 모를 콩, 부추, 상추 등이 저마다의 매격을 어필하며 자라고 있다. 마음이 분주하니 옥상에 올라가는 것을 잊었는데 그동안 이들은 제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면 성큼 자라 있다. 오늘따라 백일홍 꽃빛이 너무나 곱다. 언젠가 조병화 시인 댁 앞의 씨앗이거나 이포에서 받은 씨앗을 올해 심어 보았는데 꽃이 곱게 피어나 나를 반긴다.

 

사람은 가도 꽃은 피어나 그곳을 아름답게  한다.  어느 에세이에서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그해 엄마가 담아 놓은 김장 김치의 맛이 엄마를 더 생각나게 했다 하는데 나는 꽃을 보면서  시인을 떠오르기도 하고, 이포나루를 생각하기고 한다. 내게 꽃이란 추억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동안 꽃은 나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꽃밭이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한 나는 해마다 꽃을 심을 것이다. 어쩌면 취미도 유전이 되는 것 같다. 도심에 살면서 늘 나는 터가 있는 앞마당을 꿈꾸고 있다. 우리 가족이 먹을 수 있는 푸성귀와 예쁜 꽃이 심어 있는 가지런한 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