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7월 첫날, 헤어질 결심
mama77
2022. 7. 3. 20:40
마음이 사춘기이다. 일자리를 이제 그만두고 집에서 노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런 생각조차 하기 싫어서 이틀째 방 꼭 중이다. 지난 6월 마지막 장마 비가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지만 7월 첫날 생소하게 날이 너무 화창하다. 7월 첫째 날 나는 더위와 싸워야 했다. 더위에 굴복하고 영화를 보러 나갔다. 헤어질 결심이란 영화를 보았다. 공 괴롭게 코로나가 극성하던 때 마지막으로 혼자서 봤던 아이맥스관에서 여러 사람들과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근 2년 만에 영화관에 나와 있다. 어찌어찌하여 초대 손님도 아닌데 영화 시간이 임박하여 광고가 끝난 시간에 맞추어 영화를 보았다. 아름다운 배경과 낯선 듯한 한국어를 하는 여배우의 매력과 준수한 박해일의 눈동자가 너무 멋지다. 마지막 서해 어느 섬인지 엔딩신이 너무 아름답다. 내 마음의 위로가 밀려온다. 정말 헤어져야 할 결심이 필요한 내게 용기를 주는 영화이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 그리고 새로운 삶을 찾기를 소망하는 나로서는 무언가 핑계거리가 필요한 때이다. 집에 돌아와 지난 6월에 담근 사과 와인을 열었다. 뚜껑을 열자 펑하는 시원한 소리가 난다. 1L짜리 병은 탄산이 흡수되는 병에 넣었고, 일부 남은 것은 일반 병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일반 병을 여니 그동안 효모가 열심히 일을 했는지 펑하는 탄산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효모는 발효라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지난 5월 꽃이 잘 자라고 분갈이를 했는데 이번 분갈이는 실패다. 하루 24시간을 바쳐서 늦은 분갈이를 했는데 7월인 지금 오히려 분갈이 하기 전보다 화분이 5개 나 죽어 나가고 있다. 꽃을 보면 힘을 내는 나로서는 매우 실망스럽고 화가 나는 일이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지난 5월부터 비슷하게 시작한 술 담그기가 나에게 위안을 주고 있고, 작은 흥밋거리를 전해 준다.
이틀동안 영화만 보고 있다. 영화를 실컷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영화만 보면 나는 너무 비현실적이 된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나는 무엇이어야 할까? 사과 와인이 너무 독하다. 12도로 맞추어 담았는데 역시 세긴 세다. 기분 좋게 알코올이 내 목부터 흘러 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오늘 신문에 증류수 이야기가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술을 빚는 것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것과 이별하고 나는 어떤 것들을 만나야 될까? 7월이라는 계절은 늘 여름휴가를 꿈꾸며 적당히 보냈기에 내 삶에서 7월이라는 주제는 조금 버겁다. 여름의 진입 그리고 장마, 그리고 내 소일거리의 고갈이 나를 옥 조이는 날이다. 내가 뭘 해야 재미있을까? 벌러덩 들어누어 있지만 머릿속은 나를 편하게 놓아주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