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걷다 보니 산란한 마음도 정리가 되네.
mama77
2021. 12. 6. 07:48
달라진 것은 없다. 퇴직 후 1개월이 지났다. 오래전 막연한 계획은 해외여행이었다. 아마도 배낭을 메고 낯선 곳을 걷는 계획이었는데 작년에 이은 코로나와 요사이 마이크론 변종으로 나는 걷기 앱을 깔고 매일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걷다가 동네 사람 한 사람도 사귀어서 요사인 서로 연락을 하고 같이 걷기를 하고 있다. 지난 1개월 꾸준히 실천한 것은 온라인 강좌를 듣고 그리고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실천한 일인 것 같다. 매일 아침 일기장을 맞이 하던 장소가 이제는 집이 되었을 뿐 나는 나의 길을 충실히 걸어 나가고자 한다.
어제 아침에 조식을 먹기도 전에 지인이 소천한 소식이 문자로 날라와서 가슴이 놀라고 내 몸에서 김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새로운 12월을 시작하는 일요일 아침에 문자를 받고 코가 빠졌다. 지인은 지병이 있어 오랜 투병생활 중에도 자신이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전도를 사명처럼 수행했던 사람이다. 참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명복을 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어디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개똥 밭에 굴러도 이생이 좋다고 하니 나는 오늘 하루를 또 살아 내야 할 것이다.
지난주 2개월전에 약속했던 학교 방문 학부모 대상 독서교육을 마치고 필운대로를 걸었다. 내가 가장 혼돈과 좌절과 막막했던 효자동 집 앞에도 다시 한번 걸어 봤다. 늘 초소에 서 있던 사람들이 거슬려서 허둥거리고 집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은 일반 동네와 사뭇 다른 풍경에 우리 집에 왔던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는 상상까지 엮어서 이야기하는 통에 조용한 우리 한옥 집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집으로 묘사가 되곤 했다. 지금은 서촌 북촌 한옥집들이 핫 플레이스가 되었지만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강남이 한참 개발하고 강남 중심 문화가 막 형성되던 시기라서 나는 너무 조용하고 안정적인 우리 집 분위기에서 나도 모르는 부적응이 있었던 것 같다.
어제는 지인과 7천보를 걸었다. 조금 걷고 보니 산란했던 마음도 가라앉고 평정심이 되었다. 앞으로 나의 삶은 많은 새로운 만남을 소망하면서 묵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하고 또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사용하여 젊은 날의 필요 없이 방황하느라 주변의 좋은 것들을 바라보지 못한 것이 후회되듯이 이제는 내 주변과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내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열심히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