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

단기외채 급증 주범 `김치본드`

mama77 2011. 5. 3. 23:37
김치본드 발행액이 4월 한 달 동안만 18억달러 가까이 급증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단기외채 증가의 원인으로 김치본드를 지목하면서 1분기에 37억
달러어치가 발행됐다고 밝혔지만 4월에는 더 위협적으로 급증한 셈이다. 김치본드 발행이 이처럼 급증한 데 대해 정부 당국은 금융계, 대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김치본드는 2006년 3월 지금은 파산한 베어스턴스와 우리은행이 5억달러 규모로 발행 계약을 하면서 국내에 얼굴을 내밀었다.

당시엔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남아도는 달러를 빌려가거나 국내 금융사들의 달러 수요를 충족시키는 긍정적 기능이 기대됐다.

그러나 최근엔 국내 기업들이 김치본드를 발행한 뒤 곧바로 통화스왑을 통해 원화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올해 들어 국내 기업 가운데 김치본드를 가장 많이 발행한 기업은 신세계로 지난 1월과 4월에 3억달러씩 발행했다.

기아자동차(4억5000만달러), 포스코건설(3억8000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현대캐피탈,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금융권은 물론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도 너나없이 `금리 따먹기`에 합류했다. 김치본드가 말만 공모 형태지 사실상 기업과 외국계 은행지점 간 사적 거래로 전락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치본드를 발행했던 공기업들은 대부분 정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간사 얘기에 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의 `경고`에 금융권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발행된 김치본드 중 19%는 국내 카드사ㆍ캐피털사 등 여신금융
사들이 발행했다. 일반적으로 여신금융전문사는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일반 회사채 발행보다 0.5%포인트가량 금리가 저렴한 데다 만기를 길게 가져갈 수 있고 안정성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ABS는 발행사 측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쪼개서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
다. 이들 ABS는 대부분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은지점이 에이전트 역할을 맡아 매각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해외에서 현대캐피탈의 ABS등급은 AA+이고, 채권은 BBB+등급으로 ABS를 발행하면 더 유리한 금리를 적용받는다"며 "굳이 ABS가 아닌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외화표시채권이 금리상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세계 등 기업들은 자금조달의 다양성 차원에서 달러화로 된 채권을 발행했다고 해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서 금리는 덜 민감한 부분이긴 하지만 자금조달을 다변화한다는 차원에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해왔다"고 말했다.

미국 자회사인 사이프러스를 통해 지난 2월 2억9000만달러 규모 김치본드를 발행한 LS전선도 미국 전선회사인 슈페리어에섹스 인수 시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한 용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상당수 기업이 위법 가능성을 알면서도 낮은 금리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김치본드를 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도 원화값 고공비행의 원인으로 보고 규제 카드를 반쯤 호주머니에서 꺼낸 상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된 NDF는 1999년 4월 전면 허용됐던 외환위기 유산"이라며 "규제 수단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NDF는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헤지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최근엔 투기적 목적이 더 크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다만 원화 절상과 NDF 매도가 나타났던 2004년 1월에도 외환당국이 NDF 포지션 규제에 나섰다가 시장이 위축되고 가격 왜곡이 발생하자 철회했던 경험이 있어 신중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헌철ㆍ이상덕ㆍ최승진 기자

김치본드:비거주자(외국인)가 국내에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가리키지만, 거주자(내국인)가 국내에서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역내외화공모사채`도 김치본드로 통칭되고 있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