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정보

취업난 뚫은 폴리텍대학

mama77 2011. 5. 18. 19:27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죠. 전문기술을 발판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갈수록 일자리는 마르고 있지만 전문기술로 그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들이 있다. 도서관에서 이론서적을 뒤적이기보다 현장 중심 기술교육을 통해 새롭게 사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출신 4명에게 포부를 들어 봤다.

대학에서 의용전자공학을 전공한 이은혜 씨(28ㆍ폴리텍대학 2010년 졸업 예정)는 졸업 후 실제 일을 하다 보니 기계 분야 전문 지식이 절실함을 느꼈다. 해당 교육기관을 찾던 중 지인 소개로 폴리텍대학 문을 두드렸지만 여성으로서 선반 등 기계를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이씨는 "여자가 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공대와 의대 공부를 같이 해야 하는 대학 전공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1년 재학 기간에 지도교수와 밤늦게까지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매달렸다. 마침내 이씨는 수치제어선반기능사, 수치제어밀링기능사, 기계설계산업기사, 컴퓨터응용가공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획득하고 작년 11월 원주에 있는 의료기기 전문업체에 취업했다. 의용공학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기계설계까지 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라는 점에서 가점을 받았다.

박일선 씨(34ㆍ2010년 졸업 예정)는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박씨는 마음을 고쳐 먹고 전문 기술인이 되기 위해 폴리텍대학 메카트로닉스과에 입학했다. 인문계 출신이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지도교수, 선배들과 함께 공부하며 기중기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부족한 실무 기술도 익혔다. 또 어학 공부도 열심히 해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실력도 갖췄다. 취업캠프 등 노동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부산 녹산공단에 있는 튼튼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박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서울 노량진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30대 후반까지 시험에 매달리며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너무 늦지 않게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숙 씨(50ㆍ2009년 과정 수료)는 남편 건강이 나빠지면서 경남 창원에서 횟집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가게 문을 닫고 고향인 고성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고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하며 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있던 그에게 집 근처 폴리텍대학에서 산업설비자동화과 여성특수용접 3개월 과정을 운영한다는 게 눈에 확 들어 왔다.

이씨는 "용접은 취업 전망도 밝고 소득도 높을 것 같아서 당장 신청했다"고 말했다. 과정 수료 후 마침내 조선소 중소기업 용접사로 취업한 이씨는 처음 한 달 동안 다른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3시간 이상 야간 용접 연습을 하며 실력을 키워 나갔다. 취업 후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대학 다니는 아들 학비 걱정을 덜게 됐다는 그는 "건강한 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다"며 "7~8년? 아니, 길게는 10년 정도 더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송하욱 씨(53ㆍ2008년 졸업)는 대기업 영업부장을 끝으로 20여 년간 직장생활을 마쳤다. 이후 식당 고시원 등 몇 차례 개인사업을 해봤지만 거듭된 실패로 쓴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그는 제2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폴리텍대학 전기제어과에 입학했다.

송씨는 "집에서 전기 스위치 올릴 줄만 알았지 전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처음에는 고생도 많았다"며 "같은 과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지만 젊은 친구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생소한 기술용어를 익히기 위해 두꺼운 책 모서리가 헤질 정도로 공부한 끝에 그는 전기 관련 자격증 2개를 취득하고 아파트 시설관리업체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가스 관련 자격증 등 4개 자격증을 더 획득했다. 송씨는 "은퇴한 동료들을 보면 기술직을 부러워하면서도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을 본다"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 현장중심 `FL시스템` 교육…3년 평균 취업률 90% 넘어

한국폴리텍대학은 노동부 산하 특수국책대학이다. 간판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실용을 모토로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한다.

전국적으로 7개 대학과 4개 특성화대학 등 11개 대학, 35개 캠퍼스로 운영되고 있다. 기술교육을 받고 있는 2만여 명과 직무향상훈련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 재직근로자 17만여 명 등 매년 19만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하는 국내 최대 규모 공공직업교육기관이다.

폴리텍대학은 특히 최근 학문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융합형 기술인력 배출에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문대 혹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폴리텍대학에 다시 입학해 기존 대학에서 배웠던 학문과 폴리텍대학의 기술이 어우러져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 낸다. 실제로 폴리텍대학 기능사 과정은 전문대졸 이상 학력자 입학비율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2009년도 입학생 중 대졸자 비율이 44%에 달했고 올해에도 절반 가까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서ㆍ원주 등 6개 캠퍼스는 이들을 단순 기능인력이 아니라 융합형 기술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크로스오버 인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컨대 기존 전공능력 취득자가 폴리텍대학의 현장중심 전공능력을 추가로 습득하거나 `용접+비파괴` 등 두 가지 이상의 융합기술을 획득해 새로운 기술인력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과는 용접기술과 잠수기술을 함께 배우고 원주캠퍼스 의료기기제작과는 의용공학ㆍ기계제작을 같이 익힐 수 있다. 서울 강서캠퍼스 출판디자인과의 경우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학생이 폴리텍대학에 입학해 편집디자인을 배워 출판전문가로서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주요 교육과정으로 양성훈련(다기능기술자 2년, 기능사 1년, 기능장) 향상훈련(재직자직무능력향상) 능력개발훈련과정 등이 있다. 기능사 과정의 경우 이론과 실습 비율이 3대7, 다기능과정은 4대6으로 실습 위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기업 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강의실로 옮겨와 교육하는 `FL(Factory Learning)시스템`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 중심 교육으로 최근 3년간 평균 취업률은 90.4%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한국폴리텍대학은 다음달 중순까지 기능사 1년 과정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교육생에게는 매월 20만원의 교육수당과 교통비 5만원이 지급된다. 모집일정은 캠퍼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학 홈페이지(www.kopo.ac.kr)를 참고해야 한다.

[최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