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혼자 가는 길이 외로운지 기쁜지는 그 사람의 마음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참 고독한 나를 만나고 있다. 주말 내내 감기로 누워 있었다. 예전처럼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면 한주는 병이 나서 눕게 된다. 이런 게 나의 한계인가 보다. 처음 블로그를 할 때 내가 병상에 있더라고 단말기로 멋진 여행지를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요사이 나는 여행이란 단어를 나의 낭만과 동경으로 채우고 있다. 미리 공부해 놓고 차근차근 찾아가 보자는 계획이다. 트레킹 여행을 위해서는 건강이 먼저인데, 요즘 내 상태로는 어렵다고 본다. 올해부터 몸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한주마다 노력하고 있다.
건강한 육체에 따라 정신 건강도 좋을 것이다.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우울과 잔잔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는 웃고 떠드는 것이 필수인데 요즘 나는 말이 없어지고 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잦은 코 알레르기와 감기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옥상 베란다에 꽃씨를 심었다. 올해는 금잔화, 개미취, 백일홍을 심었다. 이미 3월에 바질을 심은 화분에서 새싹이 나오고 떡잎이 올라와서 새 잎이 나는 새싹을 분갈이하여 여러 명에게 나눔을 하였다.
씨앗을 뿌리면서 화분 박스를 보니 작년에 심었던 목화가 다시 잎이 올라오고 있어 잠시 멈짓했다. 저것을 뽑아 내야 하나 그래로 방치해야 하나? 작년에 화분 박스를 점령하여 꽃을 보기도 전에 뽑는라고 고생한 기억이 있다. 처음엔 멋모르고 지인을 통해 씨앗을 받아 심었는데 키도 크고 줄기가 어찌나 거쳤는지 마치 철 수세미 같은 줄기로 낭만적이 목화밭이 아니라 피부를 쓸리는 고통을 주었을 목화를 보면서 흑인 노예들의 고통을 간접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얀 목화밭을 멋지다고만 이제는 보지 않는 눈을 가질 수 있었다.
올해는 약이 되는 식물을 심어 보기로 했다. 금잔화 꽃을 말려서 차로 마시면 눈에 좋고, 개미취는 새순을 먹으면 좋다고 한다. 시어머니랑 살때 어머니가 이른 봄에 무쳐주는 나물이 너무 맛있어서 물으니 구기자 잎을 고추장에 무친 것란다. 그러고 보니 시댁 담장에 구기자나무가 울타리처럼 있었는데 매해 새순을 아침마다 조금 따서 무치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모는 망초꽃도 이른 봄 새순을 따서 들기름으로 볶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단오 전에 모든 새싹은 다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산야초를 가르치는 분들의 공통된 이야기이다.
나는 주말에 나가지 못하니 베렌다에 올라 씨앗을 뿌리고 야채 모종에 물을 주고 내려와 차가 베란다와 화분에 물을 주는데도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내 친구들인 샘이다. 작은 바질 화분에 물을 주고 장미 모종에 물을 주고 이것들을 치다꺼리하고 난 후 신문을 읽는 것이 주말의 나의 일상이다. 꽃이 피면 친구들을 불러 꽃 이야기를 해야겠다. 내 작은 고독이 빚어낸 꽃들을 친구들과 나누어 보리라 새싹이 나고 쑥쑥 자라서 내 친구들과 또 내 이웃과 이 꽃들을 나누어 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