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mama77 2021. 1. 21. 09:01

 내 앞으로 선배들이 퇴직을 하였다. 퇴직자 중 일부는 자신이 없어서 어떻게 그 일이 돌아갈지 걱정하는 사람과 내가 없어도 잘 될 거라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다. 나는 후자이다. 어쩌면 나 때문에 훌륭한 후배가 자신의 역량을 못 펼치고 은인자중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을 믿는다. 내 선배 중 나에게 가끔 문자를 넣어 충고를 하거나 자신이 현역인 것처럼 부탁을 하기도 한다.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난 여자가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가면서 과연 그 아이를 생각이나 하겠는가? 나는 그 바람난 여자처럼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고 본다.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야 한다. 원하든 원치 안든 간에 말이다. 사실 선배들이 떠난 자리에 다시 새 사람이 들어서고 또다시 그 일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생각일까? 어떤 일이든 그 분야에 신인류는 나오고 자라고 있다. 그러니 물러날 때와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지혜인 것이다. 혹여나는 예외가 될지도 몰라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삶을 사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잘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삶이 제 일의 인생이었다면 이제는 제 2의 인생을 생각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나에게 "퇴직하고 뭐할 거냐?"라는 질문을 많이 물어 온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호기심이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시각에서 조언을 해 주고 싶어서 말을 거는 것이다. 나는 둘 다 환영한다. 사실 머리가 크고는 그 누군가가 나에게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참 간절하다. 어른이라는 것이 참 고독한 것이다. 그냥 다 알겠거니 하고 말을 아낀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해 주면 꼭 기억하고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본 시각을 수용하고 나 자신이 반성을 하여 내 삶이 좀 더 성실 해 질 수 있었다. 

산다는 것이 유한하기에 자유롭게 살아 갈 수 있는 퇴직 후의 삶이 기대되어진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내게 말을 걸어 주고 염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다시 내 삶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현존함에도 퇴직이라는 꼬리표가 올 1년 유지가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사회 초년생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 갈 것이다. 그러나 내게 퇴직이라는 친구가 오면 반갑게 버선발로 나가 환영을 할 것이다. 아이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새롭게 입학식을 하듯이 나도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내 삶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