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가 개나리로 보일 때
옛 내려오는 이야기에 하도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빙자하여 예~~예 나리님. 저런 개나리 같은 놈이라고 했던가? 개나리 노란 꽃이 만발을 했는데 나는 마음 속으로 계속 수신을 외치고 있다.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가능한 이성적인 태도로 중립을 지키며 나의 일이 제3자의 일인냥 생각을 해 본다. 산다는 것은 기쁘기도 하고 참 서러운 때도 많은 것 같다. 최근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다.
사람의 삶이 한 고개를 넘으면 또 한 고개가 있는 걸 모를 나이도 아니건만, 살면서 잔잔한 흔들림에 마음을 상하기가 일 수 이다. 나의 삶은 앞만 보고 꿈만 보고 달려 왔는지도 모른다. 올해 잠시 쉬어 가는 때인 것 같다. 잠시 모든 일상이 정지되고 내 자신의 모습이 객관화가 되니 몹시도 부끄럽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때때로 비굴하고 굴욕적인 대도 많았고, 죽고 싶은 때도 많았다. 그런 지난 날에 비하면 나는 참 마음의 평안을 찾아 살아 온 것이 올해 기점으로 3~4년 전으로 기억한다. 적어도 작은 오막살이 내 집을 마련하였고, 가족이 안정을 찾았고, 내가 열정을 바쳐서 일할 것이 있었다.
개나리가 환하게 철없이 고운 빛을 발산하지만 3주 정도 지나면 어느새 꽃잎과 같이 초록 잎새가 삐죽삐죽 나와 있고, 그 때 부터 개나리는 꽃으로 보이지 않고, 그냥 풀이거나 나무 잎새만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바로 그 꼴이 내 처지와 같은 느낌이다. 나는 개나리다. 참 부끄러운 개나리다. 차라리 초록 잎이라도 풍성한 개나리가 되었으면 한다.
길가 개나리를 바라보면 나는 오늘 무엇을 위해 저 꽃과 눈을 마주쳤을까? 개나리가 개나리로 보여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