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의 세월이 흘렀다니?
지난 주말 가족들과 11월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만 해도 입에 올리지 않는 금기어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밤 우리는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가족의 아픔인 창현, 재규 두 사람을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형제간에 싸움이 소재가 되어 잠시 잊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렸다.
새날을 맞이하고 바닷가를 걸었다. 나도 새삼 내 아픈 손가락이 죽은지 11년이 지났음을 알았다. 참 서러웠다. 내가 하루하루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살았온 나날이 11년이 지났다니.....
나는 하루살이다. 굳이 먼 날을 꿈꾸는 것이 내게는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산다는 것이 이처럼 아픈 거라면 나는 세월을 인지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내게는 아무 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내 삶이 살아 있음은 내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파도가 소리 내어 울고 있다. 갈매기는 지난한 동작으로 바다를 날고 있다. 파도가 파도가 포말을 일으킨다. 나도 이제는 파도를 그냥 파도로, 바다를 바다로 본다. 세월의 흔적이 작은 모래 알갱이로 남아 있는 백사장에 앉아 그냥 파도 소리에 내 마음을 맡긴다.
가족들과 물치항에서 그리고 속초에서 식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참 마음이 따뜻하기도 하고 마음이 허하기도 했다. 지난 세월이 나를 오늘로 만들었다. 나는 또 오늘을 살아 갈 것이다. 그게 다 나이다. 아침 일찍 찾아 온 친구가 내게 말을 건다.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내 인생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닐까? 삶은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