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
주말 내내 잠에 폭 빠져 있었다. 아들은 주말 내내 바삐 오갔고, 나는 그냥 책을 보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그리곤 이내 잠을 잤다. 이삼개월에 한번 오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시간이다. 나는 가끔 잠을 푹 자는 것이 나의 건강을 관리하는 비결이라 생각된다. 사실 이렇게 잠을 자고 싶은 피로감이 몰려오는 주말에는 커피도 삼가한다. 더 깊은 숙면을 위해서다. 결혼을 막 했던 해 내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잠을 자는 모습을 처음 목격했던 남편은 깊이 잠든 내가 죽은 것 같아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말을 했다.
사실 나는 깊은 잠에 들면 모든 것이 올 스톱되고 모든 근심이 사라진 경험이 있기에 나는 어쩌면 이렇게 휴식을 요할 만큼 평소 긴장하고 일에 몰두를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내가 일을 늘 사랑하고 일에 충실하다고 말하면서 아마도 내가 정년을 하더라도 또 무언가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 평생 일만 하다 죽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깊은 잠은 나를 평화롭게 한다.
깊은 잠을 자고 난후 깨어나 세상을 보면 참 신기하고 놀랍다. 모두들 열심히 그 무언가를 하고 있고, 나 자신도 그 물결에 다시 빠져 들면 되기 때문이다. 놀러 가자는 사람, 먹으러 가자는 사람은 있어도 정작 잠자러 가자는 사람은 남편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부부는 참 좋은 것이다.
깊은 휴식을 같이하는 사람이니,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인 까닭이다. 그러니 배우자란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면 족한 것 같다. 깊은 잠이 꿈과도 같이 비유되기도 하다. 내 꿈은 선명하고 내 꿈은 희망을 갖기 위한 단잠이다. 단잠을 자고 난 후 나는 다시 어린이처럼 청아해진다. 그래서 난, 깊은 잠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