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집을 얻은 이야기
지난 12월부터 이사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고덕이 드디어 재건축으로 2016년 5월까지 나가야 한다. 연말인 12월 10일경에 내가 이사 나가고 싶은 지역의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언제쯤 이사를 가면 좋을지 또 현재 전세 물건은 많은지를 물었다.
답은 많다.
그래서 부동산 업자가 말하는 2월경쯤 집을 알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해년말을 넘겼다. 그리고 1월 초순경 내가 사는 고덕의 주택가를 알아 보니 집이라 할 수 없는 물건들의 값이 너무 높아서 깜짝 놀랐다. 신문과 매스컴에서 전세난, 전세난하는 이유를 몸으로 느끼니 마음이 조급했지만 연말과 연초 감기로 기진 맥진이요. 날마다 야근을 하니 마음만이지 집을 알아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연말 첫 전화를 했던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전세가 있다면서 바로 보고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1월 18일 월요일 몹시 바람도 많이 불고 첫 한파가 왔던 날이다. 내가 살던 14평과 비슷한 16평 아파트를 보았다.
사실 기왕이면 반듯한 집을 알아 보고 싶었지만 간단한 살림을 하는 나로서는 그닥 큰집도 화려한 집도 필요가 없기에 그집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좀 망서려졌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와 약 40분정도 떨어진 곳이니 그동안 걸어서 출근을 하던 나로서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내가 집을 본 그 다음날 전화가 부동산에서 왔다. 바로 가 계약금 300만원을 넣으라는 것이다. 그동안 이 집의 세입자가 이사 날을 정하지 않아서 그동안 계약을 하지 못했다는 말을 부동산중개인이 하면서 바로 입금하셔야 이 집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1월의 바쁜 와중에 판단할 시간도 없이 가 계약금을 보냈다. 아마도 그 집이 내 집이 되려고 했는지 이삿날을 정하지 않던 세입자도 날을 정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1월 30일 전세 계약을 하였다. 여러가지 고민하고 검토한 계약이었지만 어쩌거나 집이 정해지고 나니 마음도 놓이고 추위와 함께 1월이 지나갔다.
부동산말로는 지금 내가 이사할 지역의 아파트 값이 한달사이에 1천만원이 올랐다고 하면서 계약을 잘 한 거란다. 시세보다 싼 집을 구했고, 이삿날도 정하고 보니 마음이 헛헛하다. 그동안 고덕에서 산 오랜 세월의 추억과 큰 걱정없이 산 이 집처럼 새집에서도 모든 일이 형통하기를 소망한다.
한달을 이렇게 어수선하게 보내고 2월을 맞이하니, 참 만감이 교차한다.
올 병신년에는 내가 일 중독에서 좀 벗어나고 신입사원처럼 가뿐가뿐한 마음으로 일을 하기를 소망한다. 너무 진중하여 무겁고 답답한 업무 진행이 아닌 봄바람처럼 드라이하고 소탈하게 일을 즐기고 싶다.
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동안 하지 못한 여행과 글쓰기를 하고 싶다.
내 작은 소망은 내 삶을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 내는 것이다. 올해 소망중 그동안 교회 예절과 믿음이 약하여 곧 잘 흔들리는 마음을 추수리기 위해 성당에 교리공부를 신청해 놓았다. 용기를 내고 걱정도 했는데 다행스럽게 한달에 1회 참석 교리란다.
주변의 작은 일부터 실천하고, 좀 더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만남에 충실한 한해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낮은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모두 흔쾌하게 접하는 지혜를 간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