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늦가을 치과에서, 나는 끙끙

mama77 2015. 11. 20. 08:38

 

가을이 깊어 가니 마음도 몸도 흔들흔들한다.

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져 나가듯이 내 마음도 바람에 흔들거린다.

그동안 내내 부어 올랐다 내렸다 하던 이가 이제는 이를 뽑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여의사가 나는 무섭다.

치과에서 내 별명은 끙끙여 너무 엄살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난 너무 아프다.

아프니 아프다 말도 못하고 입을 버린채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끙끙 밖에 없는 것이다.

이가 흔들흔들, 마음도 흔들흔들

주체할 수 없는 늦가을 낙엽을 밟으며 나무인 너나 사람인 나나 이제는 다 내려놓고,

새봄을 꿈꾸어야 하리.

 

가을이 깊은 수록 내 마음도 깊고 깊은 사색을 한다.

늘 야근하고 돌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낙엽과

이른 아침 츨근을 하면서 만나는 낙엽은 어제 본 낙엽이 아니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낙엽의 색은 참 곱다.

더구나 비에 젖어 길에 달라 붙은 낙엽은 더 더욱 색이 검다.

인생의 늦가을에

젖은 낙엽이 되는 이즈음에 나는 낙엽이 참 좋다.

모든 일을 마치고 새로운 봄을 위해

남들 눈엔 초락한 추락이라 할지 몰라도 나는 낙엽속에서 새봄의 향기를 느낀다. 

 

나는 나의 봄을 기다릴 것이다.

지금 좀 힘들고 버겁지만 내 삶의 정점에서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나의 노년을 가름하기에 나는 오늘도 내려 앉는 눈꺼풀을 치겨 세우고 세상을 본다.

가지가 잘리어도 나무는 제 봄을 다독이여 새 가지를 내고 거기다 새 잎까지 내어 낸다.

그런 나무처럼 나는 하루를 뒤돌아 보는 것 보다는 내일을 미래를 바라보면서 살고자 한다.

오늘  좀 버거워도 내일은 좀 달라질 것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