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정월 대 보름날, 전화 한 통화

mama77 2015. 3. 5. 08:48

"예야, 어디냐?" 시 어머니로부터의 전화다.

 "어~~, 저 지금 회산데요."

"이따가 퇴근 길에 들러라, 찰밥해 놓아다. 그런데 어쩌니, 그렇게 늦게 까지 일을 하니...." 걱정하는 말을 하면서 전화가 끊겼다.

나도 전화를 받고서야 오늘이 정월 대보름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양력은 3월이니 내 마음은 지금 삼월에 있는데 아직도 음력은 정월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엊그제 눈도 오고 바람도 불고 거기다 비까지 내렸던 걸까? 우리 시댁 식구들은 모두 음력 생일을 차려 먹기에 나는 새 달력을 받으면 식구들 생일을 적어 놓지 않으면 전혀 기억을 해 줄 수가 없다. 대보름날은 귀 밝기 술과 오곡밥, 가진 나물을 먹는 날인데 요사이 처럼 음식이 흔해진 세상에서는 쉽게 쉽게 음식을 취하니 그 의미가 많이 적어졌다.

 

호두알 하나 더 얻어 먹으려고 형제간에 싸움을 하고 괜시리 내기를 걸어서 호두알을 빼앗기도 했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아직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누릴 수 있는 호사인지도 모른다. 작년 보름에는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호박꼬지 나물과 취나물을 어찌나 맛나게 해서 주던지 고기 보다 더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과연 내 손으로 이런 음식들을 장만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내가 시어머니가 된다면 가능할까? 아니면 여전히 며느님과 같이 인터넷을 뒤지면서 요리가 아닌 실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절과 시기에 맞는 음식을 먹는 우리 풍습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삶을 살아감에 있어 다양한 잔 재미를 위해 놀이문화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지루하고 긴 인생 여정에서 자잘한 재미를 부과함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음식이기에 세시 풍속이라는 것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 아들과 내가 공유하는 문화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와 내 손주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어머니가 챙겨 준 맛난 보름 음식을 먹는다.

오늘 밤엔 일찍 퇴근하고, 집 옆 뚝방 길을 걸을면서 실컷 보름달을 보면서 나 자신과 나의 자녀와 아찍 태어나지도 만나 보지도 않은 며느님과 손주를 위해 길고 긴 소원을 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