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폭풍우 끝에 만난 평상심

mama77 2014. 11. 24. 08:53

태풍이 지난 간 것만 같다.

지난 주말 대장암 검사를 하였다. 늘 정기 검진에서 이상하다는 말이 나오면 예외없는 징크스 때문에 참 많은 생각이 오갔다.

벌써 2번이나 겪은 일인데도 늘 놀라고 초초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 비를 맞으면서 집 가까이 대장암 전문 병원을 아들과 둘이서 들어섰다.

건강한 모습의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늘 아픈 모습만 보여주게 되니, 참 못할 짓이다.

이른 아침부터 병원은 생각보다 분주하고 바쁘다.

이처럼 아침에 늘 남의 항문만 보는 사람도 참 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그런 어려운 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기도 하다.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하였기에 나는 약 10분정도 있었던 느낌인데 아들은 1시간 이상 기다렸다고 한다.  다행히 이상은 없고 깨끗하다고 한다.

 

대장암 검사 3일전에 주의사항은 평소 내가 좋아하는 품목만 먹지 말라는 내용이다.

내가 평소 먹는 현미밥, 김치, 나물, 콩나물 등등의 음식들을 먹지 않고 긴장과 걱정으로 3일정도 먹는 것이 참 그랬다. 지난 월요일부터 검사를 마친 토요일까지의 긴장감이란.... 친구들과 전화 통화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일까? 한 친구에서 내 속내를 얘기 했더니 벌써 친구들이 걱정의 문자가 날라왔다. 관심있는 건 고맙지만 좋은 일도 아닌 일을.....

 

어쩌건 간에 폭풍우는 지나 갔고, 나도 평상심을 찾았다.

금요일은 휴가를 내어 아들과 영화도 보고, 책도 보면서 딩굴다가 토요일은 검사를 마치고 집 근처 콩나물 해장국으로 가서 실컷 콩나물을 먹었다.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3끼의 식사를 먹는 일상의 작은 일들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긴장 탓인지 잠도 오지 않아서 걱정해 준 친구를 불러 미사리 근처 밥집에서 밥을 샀다. 

강가에는 흐른 날씨로 먼 산도 보이지 않는다.

검사를 받기 전 내 마음 상태처럼....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카라멜 마끼야또를 그리고 차잔에 둥실 떠 있는 하트를 마신다. 

내 마음에도 이런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아주 먼 추억 같은 낡은 영화같은 상념이 스치고 지난 간다.

 

친구를 보고 활짝 웃었다.

"친구야, 이렇게 있는 이 순간이 행복이겠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흐르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그냥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