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비늘위에서 근심을 내려 놓고 동심으로 돌아가다
파천 계곡길을 따라 도란도란 얘기를 하거나 멋진 풍경이 너무나 많아서 그만 학소대에서 도명산 산행 길로 들어서는 것을 잊고 그냥 오르다 계곡 가까이 걷고 싶은 충동에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넓은 바위와 세월에 달아 신비감을 주는 하얀 바위가 옥같이 펼쳐있다.
그 곳의 안내문을 보니 이 곳이 파천이라고 한다.
친구들은 땡볕이라서 싫다고 손사레를 치고 계곡 그늘에 벤취에서 한담을 나누고 있다. 나는 너무나 하얀 돌 그리고 너무나 부드러운 느낌의 돌을 향해 물가로 내려 왔다. 우선 등산화를 벗고 무릎까지 바지를 걷고 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이른 더위 만큼이나 심신 유곡이지만 물은 미지근하였다.
작은 미물이지만 거센 물길을 오르겨 안간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모양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내게 자꾸 그늘로 오라하는데 나는 이미 물고기 친구들과 친구가 되었다.
어릴 적 연못을 바라보면 하루 종일이라도 앉아 있던 그때처럼 말이다. 위 사진에는 정말 작은 물고기 들임을 알 수 있을 거이다.
너무 가물어서 인지 올라오는 길의 계곡 물은 하얀 거품이 있기도 했지만 이곳 파천의 물은 티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물 속에 잠기 더 더욱 아름답다.
하얀 돌이 정말 용의 비늘처럼 부드럽고 대리석 같이 고와서 나는 그곳에 카메라를 내려 놓고 바위와 바위 틈에 물길이 나 있는 곳에 걸터 앉아 무심코 물의 흐름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흐르는 물을 거스러 오르려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바라다 보고 있으니 막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오른 고기들의 몸짓과 아직 그곳을 오르지 못한 물고기들의 동작이 매우 달랐다,
주마간산 격의 여행을 하는 바쁜 여행자인 내가 오늘은 한 장소에 머물면서 내 안의 생각들을 비우는 즐거움을 만끽해 본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강박의 현대인인 나는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을 바라보고, 물의 흐름 속에서 동그랗게 만들어진 물방울의 흐름을 보면서 그동안의 복잡하고 머리조차 아프런 마음의 상채기가 씻어 내려 진다.
혹여 이곳에서 용이 살았다면 분명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곳이 용의 등일지도 모른다. 가끔 뮤지컬이나 우리나라 전등극에서 용을 타고 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나는 흐르는 물과 물고기가 하나가 되어 용의 등을 타는 노는 아이가 되어 본다.
발도 말릴 겸 하얀 바위에 앉으니 너무나 따끈하여 그 돌 위에 업디어 본다. 하얀 돌 가운데 업드려 멀리 풍광을 카메라로 잡아 본다.
따근한 바위의 느낌이 너무나 부드럽다. 나중에 산을 내려 올 때 친구들 말이 내가 마치 하얀 무대에서 혼자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아 "저 무대 체질을 못 말려!"라고 혀를 찾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나는 파천의 아름다움에 동화되어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었기에 친구들에게는 내가 참 이상하고 생경했던 것 같다. 모처럼 만에 긴 휴식을 취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 왔다.
아마도 그냥 올랐기에 파천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 같다. 원래 예정대로 학소대로 갔다면 오늘의 매력적인 휴식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여행이란 그곳에서 얻어지는 행운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장소를 만나기도 하고, 때론 에기치 않은 마음 맞는 사람과의 교우도 있고, 그래서 여행 늘 설레이고 즐거운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이 곳을 천천히 걸으면서 옛 선비들의 유유작적함을 공감하며 재를 넘어 보고 싶다. 한적한 여행을 꿈꾼다면 산악 자전거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정말 좋은 생각이 샘 솟게 하는 멋진 여행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