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도 개성이 필요해
최근 실핏줄이 터진 후 눈이 불편해 시력 검사를 다시했다. 그리고 새 렌즈를 받아서 사용하는데 이게 왠일, 찬송가를 불러야 하는데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평소 부르던 성가라 그냥 부를 수 있었지만 나에게는 너무 충격이었다. 그래서 우리 시엄니가 찬송이나 주보를 읽을 때 입을 뻥긋거리는 것을 알아 차렸다. 정말 글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잠시 렌즈 탓이었지만 상당한 충격이고 속이 상했다.
이제 눈까지 안 좋아진 것인가?
내 딴에 좀 더 잘 보려고 검안을 했고, 아마도 안경사는 더 잘 보이는게 렌즈도스를 맞추었는데 그게 과욕이었을까? 오히려 더 안보이고 머리까지 아팠다. 일요일은 너무 피곤하여 전화로 내 상태를 알리고 월요일 안경점에 방문을 해 본즉 멀리를 잘 보이게 도수를 맞추었다고 한다.
아, 하루에도 수 많은 서류 속에 있는 내게 글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형벌과 같은 것이다. 한 여름 서스펜스도 아니고, 정말 답답했다. 안경사는 나에게 다시 도수를 조정하면서 안경의 중심을 잡는 이치를 설명하여 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아, 모든 것에는 중용이라는 것이 있구나! " , "과해도 안되고 부족해도 안되는 그것이 세상을 지배하는군." 이렇게 무릎을 쳤다. 안경사에게는 그냥 안경을 파는 일을 했을 뿐이지만 그가 교정해 준 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는 알고나 있을까? 어쩌면 나 자신 조차도 내가 오늘 만난 사람과 전화 통화를 나눈 사람들이 그 이후 어떤 삶을 사는지 확인해 본적은 없다. 늘 일상은 단조롭고 그렇고 그러하니까.
그렇지만 오늘 내가 작은 불편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코 앞만 보거나, 일상을 정말 성의없이 또는 습관적으로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안경도수가 안 맞아 불편했으니 안경점을 찾았고, 그래서 안경도수를 맞추는 일을 가늠할 수 있었지만 내가 느낀 2~3일간의 불편과 심리적 위축감은 상상도 못하는 불편감이었다. 일상의 작은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그리고 내가 하는 작은 일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음을 안경사를 통해서 깨닫는다.
벌써 10년이 넘게 그 안경점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나는 그 안경점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졌다. 나의 안경 도수를 알아두고 새로운 거래처를 개발해 놓아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오래 묵은 것들을 고집하는 사람으로 물건의 거래처, 물품의 선택은 까로워도 선택 후에는 늘 그 물품을 고집하는 벽이 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은 한다. 시대 조류가 너무 빠르듯 나도 작은 일상을 자주 변화를 주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시대를 따라 가지만 나는 1970년대의 의상, 사람들의 생활태도, 사고방식 등이 참 좋다.
조금 없어 보이면 어떻고, 디자인이 날렵하지 않아도 스탠드하고 심플한 제키스타일을 나는 선호한다.
모든 물품은 기능성이 없다면 그것은 사용 가치가 없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속 팬티가 보이고, 굵은 허벅지가 혐오스럽게 느껴지는데도 무 작정 따라하는 청소년과 젊은 여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
적제 적소에 맞는 의상과 지난친 유행에 합류로 자신은 멋을 내었지만 너무나 그 나물에 그 밥 같다는 것을 정작 그들은 모를 것이다.
최근 남성들의 반바지의 칼라가 파스텔톤으로 다양화 된 것은 환영하고 싶다.
남성들도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개성을 추구하니 이런 변화는 환영하고 싶다. 기존의 가치관과 시대조류에 잘 어울리는 남성 반바지 패션은 더 발전되기를 나는 소망한다.
일상의 작은 일에서도 작은 변화와 큰 변화가 공존할 수 있다. 안경점의 복구 디자인과 1970년 가치관과 그리고 시대의 트렌드를 좀 더 자신감있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상업주의, 물질주의로 접목된 상업광고에 세뇌되어 자신을 잃고 헤매지 말고 소신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로 우리 사회가 성숙되었으면 한다.
매일 매일 쌓이는 쓰레기 그리고 매일 매일 무엇인가를 사기 위해 인터넷과 백화점을 찾아 허덕이는 불쌍한 영혼들, 그런 사람들에게 헌옷 분류하는 장소와 쓰레기 매립장에 한번 방문하기를 권유하고 싶다. "저, 쓰레기들을 보고도 당신은 아직도 물건을 사고 싶은 욕망에 빠지고 싶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지나치게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사실을 공감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