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대화가 되는 사람

mama77 2013. 7. 24. 08:12

나 자신에게 말한다.

"조금 덜, 우울해 하렴" 이라고 나는 장마기간에 참 많이 우울하다. 아무런 이유가 없이 그냥 비가 오면 좀 슬픈 생각이 든다. 장마비가 내리면 돌아가신 엄마가 초연하게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모습, 내 가슴을 아프게 했던 젊은 날의 잔상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런 날이면 젊은 날 나는 카페에 앉아서 실컷 음악을 들었다. 그러면 조금 마음이 안정되어 다시 내 콘디션을 유지하곤 했는데 정작 중년이 되어서는 욕심나는 그런 사치도 버린지 오래다. 항상 나는 라디오를 틀어 놓고 생활을 한다. 사실 라디오는 나의 감성을 어루만지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소리를 듣고 그리고 음악을 듣고 나는 일기를 쓰기도 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혼자라서 행복한가? " 전혀 그렇지 않다. 무언가 묻고 싶은데 정작 누구와 이런 대화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 새삼스럽게 누군가에게 곰살거리기도 싫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라고 했던가. 내가 주지 않으니 사랑은 성립이 어렵다. 아마 나는 전생에 사람을 많이 만나서 현생에서는 사람을 멀리하는 사람으로 사는지도 모른다.

 

나는 말을 많이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너무 시끄러워서 주어서 들을 이야기가 없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가섭과 같이 염화미소이면 충분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하고 싶다. 진실로 진실로 온 마음으로 가식없는 대화, 쭉정이는 다 버리고 골수가 보이는 대화를 하는 벗을 갖고 싶다.

 

내 친구 보경이는 그런 아이다. 그애도 나 때문에 아마도 남편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남편들의 시샘이란..... 과거 나의 남편도 늘 보경이에 대해 시샘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남자들이 알까? 여자들의 우정도 남자들의 우정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비가 내리는 아침, 물 안개까지 살짝있는 이른 아침, 나는 투명한 비닐우산을 들고 비오는 거리에서 비를 함북 맞고 있는 풀들을 바라다 본다. 마치 내 모양 같다. 세상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행복해서 반짝이는 풀잎들이, 내 사는 꼬라지 같아서 연민이 생긴다.

 

무엇을 바란 적도 무엇을 갖고자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고 보니 굳이 욕망하는 것이 있다면 영혼이 굶주리지 않게 대화를 나눌 벗을 많이 갖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같이 술잔을 기울여도, 같이 물 한 컵을 먹어도 그냥 좋은 그런 벗이 있다면 그것은 큰 행복인 것이다. 

 

장마 비가 내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나는 소망한다.

너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그러나, 너무 시끄럽고 요란한 가식이라면 난 사절할래.

단지 나는 너의 얼굴과 너의 미소와 너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 

그게 다야. 너무 많은 말을 하려 들고 하지마. 그러면 난 더 더욱 뒤로 물러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