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mama77 2013. 2. 4. 08:40

아들의 방을 청소하면서 시작된 청소는 빨래  3번의 초강력 청소로 이어졌다. 널려진 옷가지를 세탁기에 돌리도 나니, 이부자리가 말이 아니어서 다시 세탁기를 톨리고, 그리고 집안의 빨판들을 다시 돌리고 나니 오후 4시. 예상에도 없던 아들의 방 청소에서 내 방의 묵은 번지까지 털어내고 나니 묵은 채증이 내려 앉는 같다. 몸은 피곤하지만 오랫만에 가슴 속 까지 후련함이 있다.

주말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뭘 하고 놀아야 할지만 궁리를 했지 정작 내 집을 어떻게 청소하여 예쁘게 하는 데는 오랫 동안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사실 기능적인 내 집으로 사용을 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는 집도 사치의 일부로 거의 한달에 한번씩은 뜯어 고치게 다 반사였다.

그렇게 늘 변화무쌍함을 즐기던 아버지 때문인지 나는 정말 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것이 나에게 영향을 주어 나름의 미적인 눈이 길러지고 나도 모르게 아름다움을 느끼는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그런 내 아버지께 늘 감사를 드린다. 마음도 몸도 정결히 하고 미사를 갈 수 있어 참, 간만에 행복하다.

주어진 것도 누가 나에게 챙겨 준 것도 없는데 오늘은 마음이 족하다. 마침 성당에 가는 동안 어머니도 아프다 소리를 하지 않고 잘 걸음마를 하니 더욱 마음이 즐겁다. 늘 미사 후 어머니와 점심을 먹는다. 다른 때는 어머니가 안 먹겠다느니 밥이 많다느니 하면서 형식을 취하시지만 오늘은 그다지 찬도 없는데 맛있게 드신다. 지난 감기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더니 오늘은 밥도 당기시는지 맛나게 드신다. 아마도 내가 전업주부였다면 어머니와 즐거운 수다도 많이 떨었을 텐데..

어머니도 집으로 가시고 나니 이제야 몸을 쉴 수 있다. 마음은 일어나서 하고 싶은 엑셀공부도 해야 하는데 몸이 저절로 누워있고 싶어 한다. 아들이 돌아오고 친구들과 즐겁게 놀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아이가 그렇게 신나게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부가 싫으면 오락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서 희열을 느끼기라도 했으면 한다. 적어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뜨거운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기계와의 만남은 어쩌면 허무가 있을지도 모른다. 전화가 안되는 날, 인터넷이 안 되는 날 등은 참 불편하고 힘든 것도 있지만 어떤 때는 오히려 그 멈함이 오히려 서먹할 때가 있다. 가끔 그리고 자주 멍하고 잠시의 침묵이 어쩌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자유요, 진정한 내 시간이 아닐까 한다. 시간의 체바퀴 속에서 늘 나를 잃고 길을 헤매면서 관계와 관계 속에 상처 받고 몸부림을 치지만 정작 "그 문제가 절박하냐?,  아니냐?"를 물었을 때 그것은 상황 속에 있을 때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 전혀 문제없음으로 답은 정해 있다. 

세상의 길은 오직 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바쁘다 하지만 진정으로 바쁜가? 라고 되 묻고 싶다. 무엇 때문에 바쁜가?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냥 바쁘다."라고 한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너무나 많은 매체의 유혹에서 가상의 것들에 시달리는 뇌는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기에 용량의 한계를 느껴 과 부화가 생긴 것이다.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하루 30분 정도의 자신의 시간을 즐겨 보라. 거기에 진정한 자신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주말이면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을 청소해 봐라. 아마도 지난 기억 속의 추억들의 단상들이 자신의 삶을 넉넉하게 해주는 좋은 에피타이저들이 스멀스멀 살아 날 것이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