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핑크와 누비 바지
1년 동안 반중놈처럼 살았다. 세상과 인연을 끊고 그동안 나의 불족함으로 늘 허했던 공부를 하고 나니 앓던 이를 뽑은 듯이 시원하고 좋다. 거기다 겨울비 내리는 날, 직원연수를 설악으로 간다고 한다.
2012년 참 징하게도 보냈다. 나에게 불리하게 한 사람들을 마음으로 미워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실 이성을 조절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거기다 2차 암 수술까지 하였으니 정말 내가 소설 속 주인공 같다.
드라마 작가가 도중 하차하는 배우들에게 암 판정을 한다는데 나도 도중하차 인물이 되기 않기 위해 나름 애쓰고 노력했던 한해였다. 나의 공부로 아들도 조금은 자신을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어릴 적 열심히 공부하지 못해 현재의 내 모습인 것을 후회하면서 나름 열심히 했는데 기대 만큼 성과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많이 걱정되고 초초하다.
아마도 나는 새로운 신년을 정말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치열하게 산 2012년이게 2013년이 두렵지 않다. 새해 소망은 운전면허를 취득하기로 정했다. 건강이 안 좋을 때 느낀 것인데 이제 나도 내 몸이 움직이기 힘들때 기계의 힘을 빌려야 될 것 같다.
새해에는 등산 클럽에 합류하여 운동도 많이 하고 친구도 자주 만나면서 예전의 사교적인 나로 돌아가고 싶다. 약 2년 정도 질병과 그리고 사회적 욕구가 막히고 보니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필요없는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나 항상 내가 내 자신에게 말하듯 "난, 공자 밥은 안 먹는다. 반드시 밥값을 하면서 산다!"라는 자세로 누구 앞에서도 떳떳하게 살고자 한다.
누가 무어라 보든 내가 당당하면 그 무엇이 무서울 것인가? 나는 인간의 잣대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다만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두려워 할 뿐이다. 나는 늘 기도하고 있다. "이 보잘 것 없는 종이 여기 와 있나이다. 주여, 당신의 도구를 저를 써 주소서." 요즘 성당에 시어른과 같이 하니 혼자 보던 미사가 다른 의미로 느껴진다.
나 혼자라면 둘째열 첫줄에 앉을 터인데 어머니와 함께이니 영광스럽게도 첫째열 네째줄에 앉아 신부님도 잘 보이고, 성스런 미사도 더욱 감사하게 임하고 있다. 내가 둘째열을 즐기는 것은 성가를 잘 못 부르는 내게는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가장 크게 잘 들리는 곳이라 신나게 성가를 자신감을 가지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호 앞 줄에 앉으니 동네의 아는 분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게 된다. "아~아, 이 분이 있었구나!" 하는 반가운 인사도 하고 있다. 다 시어머니 덕분인 것이다.
항상 소년같은 예쁜 미소를 짓는 우리 시어머니는 나에게 있어서 친 어머니요, 사랑받고 사람의 전형이기도 하다. 며칠 전 누비 꽃바지를 보내 드렸는데 체리 핑크 윗옷에 꽃바지를 매치하여 환하게 웃으시니 내 마음조차 환해진다. 이런 기운을 그리고 어머니의 기도처럼 나는 환하게 당당하게 새해를 맞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