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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강신혜교사 관련 신문기사

mama77 2012. 9. 7. 10:44

시각장애 딛고 교사 꿈 이룬 강신혜씨

[중앙일보] 입력 2012.03.07 05:00 / 수정 2012.03.07 05:00

“모르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 고교 시절 1등 놓친 적 없었다”

시신경 위축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강신혜씨. 하지만 끊임없는 도전으로 올해 국어교사의 꿈을 이뤄냈다. 창북중 입학식이 열렸던 지난 2일, 제자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과 마주했다. [최명헌 기자]

“엄마 좀 봐봐~.” 간절한 외침에도 아이는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시신경 위축으로 태어나면서부터 보지 못했다. 걸음마가 늦어진 것도 앞을 볼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경도 씌웠다. 하지만 병원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건 한 마디 뿐이었다. “렌즈가 좋으면 뭐합니까. 눈이 고장 났는데 ….”

강신혜(24)씨 얘기다. 그는 시각장애 1급이다. 어슴푸레한 불빛 말고 그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책을 읽고 싶어도 점역(點譯·말이나 글을 점자로 고치는 것)을 거쳐야만 했다. 그런 그가 교단에 서게 됐다. 1월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지난 2일 서울 창북중 국어교사로 학생들과 마주했다. 꿈을 향한 도전과 시련에 굴하지 않는 오기가 ‘교사 강신혜’를 만들어냈다.

지난달 29일 강씨의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서울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6년여 동안 그의 눈이 되어준 시각장애인 안내견 ‘미래’와 함께였다.

강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자책으로 공부를 했다. 학창 시절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상명대 국어교육과를 들어간 것도 일반전형을 통해서다. 학생부 성적이 워낙 좋았던 덕택이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대학에 입학한 그는 수차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점자로 만들어진 교재가 없어 복지관 30여 곳을 찾아다니며 점역을 부탁해야 했다. “중간고사 전까지 꼭 부탁 드릴게요.” 그가 대학 시절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그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활용했던 자료는 수업교재 점역본 20여 권 뿐이었다. 정말 보고 또 봤단다. 2010년 처음 임용고시를 치를 때 책 한 권당 다섯 번을 봤고, 두 번째 도전에서는 10번을 봤다고 했다.

-첫 번째 시험에선 왜 떨어진 건가.

“임용고시는 1차가 필기, 2차가 논술, 3차가 수업 시연과 면접이다. 지난해엔 3차에서 떨어졌다.”

낙방 소식을 접하고 강씨는 ‘내가 장애인이라서 떨어졌나’ 생각돼 한동안 방황했다. 눈이 보이지 않다 보니 수업 시연 과정에서 제대로 된 몸짓 하나 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올해 임용고시 2차 합격 발표가 난 뒤부터는 스스로 시험 문제를 내고, 수업지도안을 짜면서 연구를 거듭했다. 자신을 가르쳤던 맹학교 교사를 찾아가 수업 내용과 방식을 평가받았고, 부모 앞에서 하루 다섯 차례 실전연습을 했다.

-교사의 꿈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맹학교에서 점자를 배우면서 공부에 흥미를 붙였다. 책을 읽고,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게 재미있었다. 또래들보다 성적이 좋다 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수업 내용에 대해 설명해보라’고까지 했다. 내가 설명한 내용을 친구들이 이해하는 모습에 행복을 느꼈다.”

그가 ‘공부할 수 있게’ 된 데는 어머니 설숙자(48)씨의 뒷바라지가 있었다. “처음에 저는 신혜의 장애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일반유치원에 보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점자를 몰라 고생하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딸을 위해 서울맹학교와 걸어서 10분 거리의 서울 효자동으로 이사를 했고, 강씨의 등하교 도우미는 설씨의 몫이었다. 등교를 시킨 뒤엔 혼자 점자를 공부했다. 강씨에게 학습지를 풀도록 하기 위해 하루 3~4시간씩 학습지 내용을 점역했다. 고교 시절 강씨가 공부했던 『성문기본영어』도 설씨가 직접 점역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탓에 지속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게 하지 못한 게 한(恨)”이라고 했다.

-고교 시절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비결은 뭔가.

“오기였다. 일반전형으로 대학에 가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차별받고 싶지 않았다. 일반인과 경쟁해 당당히 대학에 합격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한 번도 자거나 딴짓을 한 적이 없다. 교사가 말하는 내용을 점자로 필기했고, 이를 위해 점자를 빠르게 찍는 훈련도 했다. 시험기간엔 하루 2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고교 시절 ‘자동차 구조’ 부분이 기술과목 시험범위였던 적이 있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15번 정도 꾸준히 읽었더니 외워지더라.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게 나만의 공부 방법이다.”

강씨의 대학 시절 학점은 4.3 만점에 4.12다. 함께 졸업한 같은 과 학생 41명 중 차석이었다. 책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외울 때까지 반복 학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업 때마다 강의실 맨 앞자리는 그의 지정석이었다. 그는 “교수의 판서나 몸짓을 볼 수 없으니, 말 한마디 한마디에 더욱 집중해야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에 재학할 당시 강씨는 매일 오전 7시면 집을 나섰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낚는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도서관을 자기 집 드나들 듯했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강씨는 “일반인 선생님만큼만 하고 싶다”고 답했다.

-새 길을 가는 사람 치곤 꿈이 너무 소박하지 않나.

“나는 보지 못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다른 것으로 메웠을 때 비로소 ‘일반적인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눈 대신 몸과 마음으로 학생들과 교감하고 싶다. 처음 교단에 서면 모든 게 낯설 것이다. 교실을 돌아다니다 보면 책상과 걸상에 부딪칠 게 뻔하다. 학생들 앞에서 넘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그는 요즘 공부하는 심정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다. 코미디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행어를 외우기 위해서다. 그 자리엔 항상 어머니 설씨가 있다. 어머니에게 유행어를 구사하면서 개그맨들이 어떤 동작을 하는지를 물어 그 동작을 따라 한다.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선생’이 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학생들도 우스꽝스러운 제 모습을 보면서 손가락질하겠죠. 하지만 6개월, 1년이 흘렀을 때 ‘그래도 저 선생님은 나름 노력하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언젠가는 학생들이 제 진심을 알아주겠죠.”

안내견 미래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향하는 강씨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카페 옆 입간판에 새겨진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빛보다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빛을 담고 싶습니다.’ 그가 남기고 간 글귀인 듯했다.

글=최석호 기자
 
개인의 성공에 대한 박수에서 나아가 환경과 제도 개선이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4-16 09:30:12
강신혜 선생이 모 방송의 ‘인간극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많은 언론들이 강 선생을 미담사례로, 혹은 성공기로 다루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강신혜 선생이 일반학교 교사로 비장애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면서 생겨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교사가 되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준비해서 성공했는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지, 안내견의 역할이 무엇인지 등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좀 더 자세히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교사라는 직업에 장애인 의무고용율을 적용할 경우, 장애인 일자리가 6,000여 개 생긴다는 것이다.

장애인고용공단도 교사직의 장애인 고용 분야로서의 중요성과 직종개발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교재파일 제작과 수험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하여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고등교육과 직업을 연결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앞으로는 공무원 대비반과 같이 취업을 위하여 장애인 다
시각장애인 교사 강신혜 선생과 안내견 미래. ⓒ서인환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각장애인 교사 강신혜 선생과 안내견 미래. ⓒ서인환
수 취학 학교 내 장애인고용지원 출장소를 설치하는 등의 적극적 지원체계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재활복지대학의 경우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고용관련 전문 서비스를 장애인단체 직업재활팀에 용역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학 경쟁률은 취업률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 정부의 지원금을 결정하는 대학 평가에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대학에 중증장애인의 취학이 늘어나면서 특히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의 졸업 후 직업생활, 전환교육과 취업알선 등의 ‘찾아가는 서비스’도 필요할 것이다.

강신혜 선생이 장애학생이 아닌 비장애 학생의 스승으로 교사직 자리를 얻는 것이 물론 최초는 아니다. 선례가 있다는 것은 별도의 제도개선이나 설득 과정, 인식의 전환을 위한 노력에 장점으로 작용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본인의 노력이 가벼이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 임용시험을 위해 몇 번의 재수를 하면서 노력하여야 하고, 비장애인 교사와 경쟁에서 우수한 교사로 인정받아야 하므로 더 많은 자기개발 및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과의 관계를 위한 대처 기술과 지도법 등은 매우 중요하다. 남으로부터의 '인정'은 보여주는 능력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애인교사 탄생을 위한 주위의 지원 시스템도 열악하기만 하다.
장애인복지법에 의거 보조견의 훈련과 보급을 위하여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보조견 전문훈련기관의 시설 기준을 고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조견의 지원이나 활용면에서 우리나라는 후진국에 속한다. 1980년대 초에는 외국에서 한국에 안내견 지원체계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놀랍다고 했을 정도였다.

강신혜 선생은 점자정보단말기 등의 보조기기 활용과 교재 콘텐츠의 제작을 통한 지식접근성 보장, 안내견 등 3가지 요소가 없이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적 권리와 위치를 갖기 위해서는 지원 요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안내견 육성을 영업을 추구하는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양성 보조견 수가 외국의 10% 수준이라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참여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예산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의하여 일부 지원하고 있다.
이젠 겨우 명맥 유지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필요한 서비스가 충족되도록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안내견, 활동보조인이 할 역할을 24시간 옆에서 수행하는 안내견이라면 훈련과 보급에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관리비도 지원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필요한 자료를 제작하는 것 역시 활동보조 서비스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장애인이 직장생활을 할 경우와 학생인 경우 월 100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을 추가로 인정하여 그 비용을 자료제작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점역사 등의 지원 서비스를 활동보조 서비스에 포함하는 것이다.

안내견의 훈련내용과 장애인활동보조인의 교육내용의 차이는 크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법 이해 등 이론 교육은 안내견 훈련에는 물론 없다. 그러나 자기결정권의 존중이나 장애인 중심의 판단과 활동에 대한 지원 임무는 동일하다.

시각장애인의 안내에 있어 한 발 앞서서 안내하는 것이나, 주위를 살펴야 하는 곳에서 일단 정지하여 주위 환경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하게 하는 방법 역시 동일하다. 말로 하느냐, 판단하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과 라포를 형성해야 하는 것, 전문서비스 제공자로서 자세와 역할, 안전을 항상 최우선해야 하는 임무 등 너무나 유사한 것을 안내견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강신혜 선생과 안내견의 사례는 새로운 꿈에 대한 도전과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서비스 지원 체계, 자립생활을 위한 장애인 개인과 사회의 임무 등을 말해주는 예증이라 할 수 있다.

단지 한 개인의 성공에 대한 박수나 축하, 부러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2, 제3의 강신혜 선생들을 위하여, 그리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을 위하여 어떤 환경과 제도가 필요한지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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