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 무용지물 /구글
구글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 프로그램들이 한국에서는 당국 규제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
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방한한 구글 시각장애인 연구과학자 T V 라만 박사는 강연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으로 길안내를 해주는 워키토키ㆍ인터섹션 익스플로러(교차로 검색) 등을 한국에선 쓸 수 없어 불편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키토키ㆍ인터섹션 익스플로러는 라만 박사가 팀원들과 함께 4년 전 개발한 스마트폰용 무료 길안내 프로그램. 스마트폰을 모바일 네트워크에 연결해 구글 지도를 가동한 뒤 손으로 길을 짚으면 음성으로 어떤 길인지, 목적지가 어느 방향인지, 교차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등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시각장애인에겐 안내견을 대신하는 편리한 프로그램인 셈이다. 더욱이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유용성이 높다.
하지만 라만 박사는 "이 프로그램들이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선 잘 작동한다"며 "한국에선 구글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한 국내 법규로 인해 구글 지도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애인용 프로그램도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측량법 16조에 따르면 국내 측량성과 가운데 지도나 측량용 사진 등을 국외로 반출할 때엔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때도 국토정보지리원장에게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에선 국가 안보상 중대한 침해를 가져올 소지가 있다며 구글에 지도ㆍ측량용 사진자료를 쓸 수 있도록 허가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ㆍ다음 등 국내 포털사 지도 서비스는 서버가 국내에 있어 국가안보지침에 따라 항공사진 해상도를 50㎝급으로 제한하고 주요 보안시설을 가리는 등 통제가 가능하지만 구글을 통제하긴 어렵다는 것.
국토정보지리원도 상용 서비스를 위해 지도 데이터에 대해 국외 반출을 승인해준 선례가 없다며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으론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 등을 활용하려면 관련 서비스 서버를 국내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결국 구글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차량ㆍ도보용 내비게이션(길안내), 교통정보, 삼차원 지도, 실내지도, 항공사진 등 구글 지도 주요 서비스를 못하고 겨우 지도보기 같은 기본 기능만 제공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 한국용 지도 서비스를 위해 서버를 국내로 옮기라는 것은 지나치다"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비춰서도 비관세 무역장벽에 해당된다"고 불만을 표했다. 구글 측은 "해상을 포함한 국가 경계 정보조차 부족해 구글 한국 지도 서비스에 오류가 나온다"며 "한국 국익에도 해가 될 염려가 있다"고 전했다.
[장종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