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건강

서울대 당뇨 원숭이에 돼지 췌도 이식 성공

mama77 2011. 11. 1. 11:20

국내 의대 연구진이 돼지 췌도를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에게 부작용 없이 이식하는 데 성공해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을 통한 당뇨병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새로운 면역억제제를 개발해 이식 시 난제로 꼽히는 면역 거부반응을 없앴으며, 해당 원숭이는 혈당이 크게 낮아진 상태로 부작용 없이 7개월째 생존하고 있다.

박성회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실 교수팀은 지난달 31일 "당뇨 원숭이에게 돼지 췌도세포를 이식하고 면역억제제를 투여한 결과 당뇨 원숭이 혈당이 400~500㎎/㎗에서 83㎎/㎗(원숭이 정상혈당은 60㎎/㎗)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박 교수는 "췌도이식 4개월 후 모든 면역억제제를 중단했는데도 원숭이가 3개월째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돼지 췌도를 이식한 원숭이가 면역억제제를 맞으며 6개월 이상 생존한 사례는 있지만 약물 투여를 중단한 뒤에도 정상적인 기능을 하며 살아 있는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해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3종류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원숭이가 돼지 장기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사람 간이든, 이종 간이든 장기 이식에서 최대 난제는 면역거부반응을 없애는 것인데, 이번 연구는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그런 장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돼지 췌도, 당뇨 원숭이에 이식 성공

◆ 독자개발 약으로 면역거부 없애

박성회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돼지 췌도를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동물의 장기를 이용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팀은 2년생 무균 돼지의 췌도세포를 당뇨 원숭이 4마리의 간문맥(정맥의 일종)에 이식하고, 자체 개발한 항원-선택적 면역억제제와 2종의 기존 보조억제제(라파마이신, CD154)를 투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혈당이 400~500㎎/㎗였던 당뇨 원숭이 1마리는 4개월 후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후에도 평균 혈당이 83㎎/㎗로 유지됐다.

이 연구의 핵심은 특정 항원에 작용하는 항체로 만든 면역억제제다. 연구팀은 항체 생산회사인 다이노나가 만든 42종의 막성단백질(세포막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인간과 원숭이에게서 동시에 면역을 억제하는 항체(MD-3)를 찾아냈다. 이 항체는 특이하게 인체 면역 기능을 총괄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 외부에서 병원균과 같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파수꾼 역할을 하는 수지상세포가 이 항원을 삼켜 단백질 조각으로 분해한 후 사령관인 T세포에 전달한다. T세포는 단백질 조각을 받고 이물질을 `적`으로 인식해 이물질 공격 명령을 내려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박 교수팀이 개발한 항체는 수지상세포가 단백질을 분해하기 어렵게 방해해 T세포가 이물질인 돼지 췌도를 `아군`으로 인지하고 공격하지 않는다.

실험을 한 원숭이 8마리 중 3마리는 실험 초기에 자체 개발한 면역억제제 1종만 투여한 결과 혈당을 낮추는 데 실패했으며 1마리는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4마리는 면역억제제 3종을 모두 투여했으며, 이 중 1마리는 7개월째(약200일) 생존하고 있고 나머지 3마리는 약물을 투여한 지 20~60일 지난 상태다.

신희영 서울대 연구처장(소아과 교수)은 "지금까지 연구가 (장기를) 주는 쪽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이식받는 쪽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돼지 췌도를 원숭이에게 이식해 6개월간 생존하는 데 성공한 실험은 전 세계적으로 다섯 차례 보고됐다.

한국에서 이종 간 췌도 이식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여섯 번째 성공한 셈이다. 다만 박 교수팀의 실험은 면역억제제를 4개월만 투여했고 이후 약물을 중단시킨 뒤에도 원숭이가 3개월 동안 생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직접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시험까지 가야 할 길은 멀다. 특히 박 교수팀이 사용한 보조면역억제제 중 하나는 사람에게 사용할 수 없는 약물(CD154)이 들어 있다는 것도 한계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호주 등 연구팀도 6개월 생존 실험에는 성공했지만 CD154를 사용했다. CD154를 사용하면 혈액이 응고하는 혈전이 발생한다. 박 교수팀도 이 약물을 보조억제제로 사용했다.

돼지 췌도를 이식하는 연구는 10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박 교수팀처럼 면역억제제를 개발하는 것과 돼지 형질을 전환해 면역 거부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안규리 서울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안 교수는 돼지 형질을 전환해 면역억제제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한다. 안 교수는 이병천 서울대 교수와 함께 염증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를 차단하는 복제 돼지를 확보했다.

안 교수는 "면역억제제 사용을 줄이는 형질 전환 돼지 연구와 독성이나 부작용이 적은 면역억제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면 이종 간 장기 이식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원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에 성공하는 것은 임상시험을 위한 선결 조건이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감염 문제뿐 아니라 국가 규정이나 법적인 문제 등 여러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심시보 기자 /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