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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글모음

꽃지니 사랑만 남아

 

사람에게는 직업이 있다. 어떤 때는 그 사람은 그 직업에 딱 맞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직업도 그러하지만 사랑도 그러한 것 같다. 만약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내가 있을 수 있을까? 첫사랑의 설렘 속에 피어나 순수하고 음탕하기 조차한 최초의 이성에 대한 갈증 이런 갈증이 내면을 뒤흔들고 무심한 피부 트러블인 여드름까지 피어나게 한다.

사랑의 결정체는 무엇일까? 첫사랑과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은 행운일까 아니면 천벌일까? 그 속사정을 알 수 없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어쩌면 영원한 이상향 같은 사랑에 대한 최면 상태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뜨겁고 열정적이다. 그러기에 불물을 안 가리는 불나비 같은 사랑이기도 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사랑의 후유증으로 열매가 열리기도 한다. 그 열매는 감미롭기도 하지만 때론 시금털털한 입맛을 잃을 수도 있다. 사랑의 결과는 신비에 가깝지만 사람은 사랑을 통해 성숙하고 인간이 되어 같다. 절제, 사랑, 책임, 역할. 희생, 헌신까지 다양한 단어를 가지고 살아간다. 사랑의 대가는 쓰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하기에 모두들 그러그러하게 살아 나가는 것 같다. 꽃지고 나니 꽃은 사라지고, 열매만 남아 그 무언가를 꿈꾸며 새 생명이 다시 살아나간다.

 

올해도 매화 꽃이 지고 나니 매실이 열려 있다. 저 매실이 무엇이 될꼬 하니 그것은 매실이 만나 주인의 생각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살짝 매실에게 말을 전하고 싶다. "적당히 달려 있다가 바로 떨어지렴.'이라고 귀속말을 건넨다. 그래야 니 종족을 유지할 수 있단다. 꽃이 피는 것을 모든 사람은 알지만 꽃지고 나면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냥 사랑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사랑은 영원한 가치로 다시 새 생명력으로 부활하여 어느 날 내 혀끝에 달달함을 전해 줄지도 모른다. 사랑의 다른 묘약이 있기에 오늘도 청춘 남녀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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