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것도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갈 때 돼서 곱게 잘 가는 게 꿈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고 6·25전쟁과 가난을 이겨내며 역사의 굴곡을 힘겹게 버텨냈다.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농사일로 생업을 이어오다 구순을 바라보던 2015년(87세)이 돼서야 칠곡군이 운영하는 약목면 복성리 경로당에 마련된 배움학교에서 처음으로 한글을 배웠다.
집 안은 한글 공부한 종이로 가득 뒤덮일 정도였다. 대구의 딸 집에 갔다가도 수업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학교를 찾았다. 배움학교에서는 반장까지 맡았고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함께 공부하는 할머니들에게 회식까지 베풀던 마음씨 좋은 할머니였다. 2023년(94세)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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