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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건강

건강한 삶(구구 팔팔 2~3 사)

.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만 앓고 사(4)망하는 게 최고" 가장 소망하는 노년이라고 한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몇 번이고 들려줬던 말을 되풀이하는 수밖에.

"좋은 음식 맛있게 드시고, 자기 체력에 맞는 운동 적당히 하시라. 의미 있는 일 찾아 즐겁게 사시면 된다.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나라에서 권고하는 대로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잘 챙기시고, 의사 만나기를 주저하지 마시라."

우선 외로움이 가장 큰 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면 공허함이 몰려온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찾아온다. 엑스레이 검사나 혈액 검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건강함이 채워진다.

둘째,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가 오면 주변을 미리 둘러보길 권한다.

90세를 훌쩍 넘기고도 정정한 기운을 뽐내시던 분들이 한순간에 생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 황망한 표정을 한 유족들은 고인이 어제처럼 오늘을, 내일도 함께하리라 여겼던 터여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의사로서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넬지 지금도 쉽지 않다. 그러니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기 전, 아름다운 노을을 남기는 해와 같이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주변에도 떠날 때가 곧 오리라 미리 알려주며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

마지막으로 은퇴하지 않고 일선에서 일하면 본인은 좋겠지만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을 위해 스스로 자리를 비켜주는 것도 추천드린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쓴 신문 사설 모음집 '런던통신' 중 'Menace of old age' 구절을 보면 조금 과격하긴 하지만 미래는 젊은 사람을 위한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930년대에도 그러했으니 세상 변하는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요즘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9988234를 외칠 게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사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올해 여름이 그렇게 길더니 첫눈이 내리며 가을이 벌써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짧은 가을을 한탄하기에는 창밖의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나뭇잎은 마지막을 화려한 색깔로 치장하며 작별을 고하고 있다. 우리네 삶도 그렇게 마무리되길 바란다.

매경 춘추 2021.011. 18.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원장] 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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