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일어나서 산책을 하였다.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많이 먹는다고 했던가? 대전 관광지도를 보니 유성 바로 옆에 충남대가 있고 대덕연구단지 방향에 길가의 자전거 타는 조형물이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어제는 막 도착하여 갑천을 걸었던 것은 행운이었던 같은데, 이른 아침에 낯선도시 그것도 모텔로 꽉찬 길을 걷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대 밖으로 호텔근처의 이팝나무 가로수와 형형색색의 꽃과 소나무로 잘 꾸며 있고, 유성 온천 기념탑 근처에는 노천 족욕을 하는 곳이 있어서 이른 아침부터 노인들이 발을 담구고 한담을 나누고 있다.

만일 내가 미래에 나의 정원을 가꾼다면 오늘 본 이 꽃길과 오래된 호텔의 정원수들처럼 언제봐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정원을 만들고 싶다.어린 시절 보았던꽃잎이 커다란 장미꽃의 건강한 빛깔과 하얀 찔레꽃이 장미와 어우러져 내 어릴 적 아버지의 정원에돌아와 앉아 있는기분이다.
요즘 내가 꿈꾸는 집은 작은 정원과 아담한 집 그리고 넉넉히 바라다 볼 수 있는 잔디밭과 벤취 그리고 보일 듯 말듯한 곳에 작은 텃밭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잠시 머무는 객이지만 오늘 아침 나는 아침 이슬이 맺혀있는 잔디밭길을 걷는다. 잔디의 폭신함과 새들의 날개 짓을 바라보면 욕심껏 산책을 한다. 마당이 없은 집에 사는도시인은 이런 자연과의 교감을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사춘기 시절에 연못이 큰 집에서 잉어가 뛰어놀고, 해질녘의 진한향기를 내 뿜어대는 라일락과 장미향에 취해 본적이 있다. 넓은 잔디밭을 보면 예전에 이곳을 군인휴양지로 처음 잡은 그 사람의 안목에 감사를 드린다.
나에게도 그 사람 같은 안목이 있었으면 한다.
항상 나는 여행지에서는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고 산책 후에 "아, 상쾌하다!, 참 기분이 좋네"라고 말을 한다고 나와 방을 같이 쓴 후배가 말을 한다. 나 자신도 모르는 습관을 타인의 입을 통해 알게 되니 정말 그랬던 것 같다.
"그래 오늘 아침도 참 좋다.!" 틀에 박힌 일정에서 살짝 외도를 하여 잠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만나는 것 그리고 낯선 곳에서 나만의 볼거리를 즐기는 것 그것이 나의 여행 방법인지도 모른다.
내가 머문 이 호텔은 군인들에게는 할인혜택을 주는 곳이라고 한다. 호텔의 현관 앞에 있는 배롱나무는 육군 참모총장이 식수한 나무라는 표말이 있고, 예전에는 사택이었을 것 같은 곳에는 전두환부부가 식수한 나무도 있다. 세월의 무상함이여!
그 무상함 때문인지 산책로의 꽃들은 제 각기 자신들의 향기와 색깔로 나를 유혹하고, 나도 그 유혹에 미소로 화답을 해 준다.
아름 다운 정원을 내 집처럼 즐기면서 산책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려니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친선 체육대회를 위해 관계자들이 그늘막을 치고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5월 마지막 즈음에서 잠시 시름을 내려 놓고 오랫만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실껏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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