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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바람결에 나뭇잎이 팔락인다

바람에 나뭇잎이 팔락인다, 마치 나처럼. 비가 그치고 정말 아름다운 하늘이 내가 입고 있는 푸른 옷 보다 더 선명하고 맑은 하늘로 손짓을 한다.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기분도 한결 좋다. 후덕지근함을 잊고 쨍쨍한 하늘을 보여주는 요즘 나는 바람을 타고 있다.

잠시 있다가는 인생인데 하루 하루 일상은 잠시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급박하고 때론 절박감마저 들때가 있다. 시어른이 전화가 왔다. 늘 안부를 내가 물어야 함에도 나는 늘 어른이 안부를 물어온다. 그리고 늘 전화선 속에 애틋한 사랑이 오롯이 전달된다.

어머니는 당신이 몸이 불편해 성지순례를 가지 못하니 며느리인 내가 당신 대신 여행을 보내고 싶으다고 한다.

한때는 어머니의 해외여행비를 지원하느라 속도 많이 상했는데 이제 어머니는 여행을 꿈도 꾸지 않으실 만큼 쇠약하시다. 나의 미래도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낀다. 아직 마음은 15세 청춘인데 몸은 오십이니 나 잘났다고 갑죽일때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바람결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내 영혼을 어루만져 줄 그 무엇이 내 인생에도 남아 있는 것일까? 나는 늘 꿈꾸었다. 그리고 늘 내 안에서 나에게 "이렇게 하지 그러니"라는 말이 나를 이끌어 주었다.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지는....

나는 좋은 것을 보면 스폰지처럼 잘 받아 들이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단접은 보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어린시절은 대가족 구조에서 나는 내가 없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여서도 나는 내가 없었다. 그러나 아프고 난 후부터 나는좋다, 싫다가 분명해졌다. 그렇게 나쁜 사람이 되고 보니나의 일상은 편안하였지만 나로 인해 내 주변은 맘 고생도 많이 하는 것같다. 그러나 어쩌피 인생은 외줄이 아닌가?

더위 속에 잠시 부는 바람결처럼 시어른과의 전화를 끊으면서 짧은 찰나 멋진 신부님과 동행하는 순례의 길을 상상해 본다. 그러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기에 입가에 미소만 지어 본다. 아마도 내게는 조금 먼 후일에나 꿈꾸어야 하는 까닭에....

바람이 분다.

여름 첫 더위 앞에서 나는 바람을 느낀다.

잠시 왔다 곧 사라질 것을 알기에 나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깊은 심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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