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오랫만에 집에 왔다. 그동안 미루어 왔던 묘지를 가족들과 같이 방문하였다. 살아있는 동안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작은 시누의 염염함으로 봄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정말 감기로 목이 아프고 세세 허스키 보이스로 마치 남자가 된 듯한 기분이다. 새삼스럽게 묘지에서 바라보니 길 건너편에 골프장이 있다. 아마도 묘지 일만 하고 돌아 오다 보니 길 건너 편을 바라 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가족들과 차도 마시고, 떡도 먹으면서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안담을 나누었다. 올해 여세가 85세인 시어른과 91세인 사돈 어르신까지 공원묘지에서 봄을 만끽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삼죽면 낚시터가이 수양버들과 진달래가 먼 산에 붉게 타는 모습을 보면서 감기약 기운으로 비몽사몽 중에 서울로 돌아 왔다.
우리 집 앞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그 향기가 들적지근하고 라디오에서는 멋진 교향악이 봄을 노래한다. 몸은 좀 고달프지만 마음은 부자가 되는 순간이다. 진작부터 몸살이 나려는 것을 살살 달래며 집중을 하였는데 막상 주말에 초 긴장 상태에서 내 몸이 허물어진 것 같다. 회원들을 모셔 왔는데 가수가 노래를 하지 않는다니 기엄이 토해 진다. 과연 내가 한 입으로 거짓말쟁이가 되는 순간이다.
아마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여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젊은 가수가 있어서 위기르 모면하기는 했지만 참 암담한 순간이었다. 앞으로 무언가를 할 때는 좀더 꼼꼼히 점검하고 확인할 필요를 느낀다. 사전에 노래를 가르친다고 할 때부터 좀 이상했는데 막상 MR만 가지고 멘트만 하러 왔다는 가수와 같이 노래 부르기를 위해 참여한 사람들 간에 조정을 하면서 마음이 참 그랬다. 오후 전제 일이 끝난 후 MC와 차을 마시고 식사를 나누면서 내 체력이 고갈 됨을 느꼈다.
집에서는 아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공인으로서의 삶과 사인으로서의 삶을 오가면서 내가 그들과 같이 하는 순간 순간이 기적 같은 생각이 든다. 온몸에 고열과 목이 너무 아프다. 오랫만에 만난 아들에게 아프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것 처럼 식사를 하고 아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 왔다. 그때부터 몸에 긴장이 사라미고 나는 깊은 잠을 청했다. 주말 내내 감기로 끙끙, 하얀 벚꽃은 속절없이 새하얗게 내 동공을 두두린다. 벚꽃이 피는 계절 내 엄마가 늘 병원에 입원을 하곤 했는데 아마도 나도 모르게 엄마의 몸 리듬을 배웠는지 정말 몸이 떨릴 정도로 버거운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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