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전날 친구로 부터 "삼월 일이날, 뭐해?"라는 물음을 받았다. 사실 삼일절이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또 모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 특별한 일 없는데..." "그래, 그럼 나랑 술가마 갈래?" 그리고 자신의 엄마랑 동행을 한단다. 그럼 난 뭘 준비해야 하지 물으니 그냥 몸만 오면 되고 아침 9시에 자신의 집으로 오란다.
공휴일 계획이 없던 나에게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숯가마라?? 어쩌거나 숯가마 말만 들었는데 한번 구경이나 하자 하는 심정으로 길을 나서면서도 목욕인데 뭘 아침부터 가지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노구의 어머니도 일직 출발함에 이의가 없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좀 일찍 가는게 필요한가부다 라고 짐작하면서 이른 아침 눈을 뜨자 지하철을 탔다.어차피 목욕이니가 고양이 세수만 하고 말이다.
면목에서 만나 북부간선도로를 따라 도봉산을 바라보면서 달리는 차안에서 김밥을 먹으면서 오랫만에 어머님께 안부인사도 드리고, 친구와는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도 하면서 가는 중에 내가 가는 곳이 장흥에 있는 숯가마라는 것을 알았다.
오래전 처녀시절 장흥이 막 부상할 때 토털미술관을 왔던 기억과 결혼하고 맛집이 많다고 아버지를 통해 백석고개를 넘었던 이후 이 방향은 정~~정말 오랫만이다.
장흥에 도착하여 안내문을 읽어 보니 장흥은 석현리를 중심으로 골짜기에 밤나무, 갈참나무, 소나무 숲과 수영장, 방갈로 등을 가족단위 유원지이다. 장흥역에서 이어지는 8km의 계곡은 1984년 10월 야외조각 전시장으로 유명해 진 곳이다. 아마도 그때쯤 나도 친구들과 어울려 한번 방문했던 곳 같다.
장흥 숯가마 진입로에 장욱지 미술관이 있고, 권율 장군 묘가 있다. 차안에서 스치며 보는 풍경에 나는 숯가마 보다 미술관에 더 들어 가고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오늘의 일행은 숯가마 킬러들이니 어쩔 수 없이 차창 풍경으로만 욕심을 누그려 트려 본다.
숯가마는 나는 처음이라 정말 생소하고, 거기 앉아 있는 남녀가 신기하게 느껴지고, 친구 말에 의하면 오늘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식당과 평상 그리고 매주 이곳을 오는 친구는 이미 아는 사람들이 사전에 와서 자리를 잡고 있어 우리는 짐을 그 곳에 놓고 간단한 샤워를 한 후 찜복을 갈아 입었다.
숯가마에 갈 때 준비물은 모든 것이 면으로된 제품이고, 양말도 등산양말 같은 면 양말을 신어야 한다. 나는 처음 친구가 침을 맞고 온다고 먼저 가서 있으라고 하여 맨발로 아무생각없이 저온방에 들어 섰는데 그런대로 등을 벽에 기대니 등도 시원하고 좋았다.
그래서 재미가 나서 중온방에 들어섰는데 그때가 왜 양말이 필요한지를 께닫는 순간이었다. 도저히 맨발로는 들어설 수 없는 곳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조련받는 코기리 처럼 텝댄스를 출 수 밖에 없엇다. 드디어 친구와 어머니가 오시고 보관함에서 꺼내온 준비물은 한짐이었다. 작은 수건 2장, 중수건 2장, 대형 수건 2장 그리고 빛나는 양말이다.
너무나 뜨거운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물이 있고, 요령이 있어야 되는 것이엇다. 친구는 여러 사람이 둘러 앉은 불을 쬐는 곳에서만 있기에 "왜, 넌 불가마에 안 들어가니?"라고 묻자 자신은 불을 쬐다가 꽃방에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신혼부부가 처음 함께 자는 잠을 꽃잠이라 하는데, 꽃방 앞에 서지 말라는 문구를 보면서 과연 꽃방은 무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드디어 친구가 꽃방에 들어가잖다. 꽃방 같이 생긴 곳이 없는데 어디를 말하는지? 친구가 머리에 수건을 쓰고, 배를 가리는 중 수건을 허리에서 발 아래까지 하도록 하고, 그리고 다시 중 수건을 머리에 쓰고 거기에 대형 수건을 다시 쓰고 꽃방에 들어서면 바로 얼굴을 가리고 앉아서 불을 느끼면서 있어 보라고 한다.
우후~후 처음 꽃방 진입, 정말 강한 뜨거움이 있다. 2차 꽃방 진입 이제 뜨거움이 아닌 무언가 보이지 않는 열기가 나의 몸을 휘감아 돈다. 3차 꽃방 진입 이번에 수건 타는 냄새를 느끼면서 나도 모르는 불의 부드러움을 느낀다. 아마도 이 맛에 숯가마를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특히 꽃바에서 나와서 수건으로 싸멘 그 상태에서 평상에 누우면 정말 그 따뜻함이란 표현할 수가 없다.
꽃방은 숯을 만들기 위해 가마에 나무를 넣고 나무가 숯이 되면 숯을 막 푸고난 방을 꽃방이라고 한다. 그러니 재의 향기가 있고, 순수한 가마인 것이다. 그래서 꽃방이라고 부른단다. 숯가마의 매력은 이 곳이 절정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숯에 고구마, 고기 등을 먹고 이런 저런 놀이를 하지만 나의 경우 첫 경험치고는 멋진 꽃방의 매력에 상당히 이끌려진다. 물론 하루 종일을 투자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머리가 복잡하고 몸이 무거울 떼 한번 정도 가 보는 것은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숯가마를 다녀 온 후 장욱진 화백을 만나 본다.
사찰 |
평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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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아이 |
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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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불가마와의 불꽃을 보면서 인간의 정열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다 간 사람들 그리고 남은 재와 숯,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화가는 작품을 남기고 미술관에 그의 그림이 있다.
활활 타오르는 불가마에서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또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잠시 무념 무상에 빠져 본 하루다.
작품세계

화가 장욱진(張旭鎭. 1917~1990)은 박수근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2세대 서양화가이다. 장욱진은 가족이나 나무, 아이, 새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소재들을 주로 그렸다.
장욱진은 1947년 김환기, 유영국 등과 <신사실파>를 결성하였는데 '사실을 새롭게 보자'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신사실파의 철학대로 화가 장욱진은 자연 사물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 안에 내재해있는 근원적이고 정신적인 본질을 추구하였다. 그렇기에 화가 장욱진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대담하다.
"나는 심플하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화가 장욱진은 평생을 자연 속에서 심플한 삶을 살면서 그림을 통해 동화적이고 이상적인 내면세계를 표현하였다.
Chang Ucchin(1917-1990) is one of representatives of modern Korean fine art like Park Su-geun and Lee Jung-seob. Born in Yeongi-gun, Chungcheongnamdo in 1917, he started to study western art at Tokyo's Imperial School of Art in 1939 Living with Nature in his lifetime, the painter pursued simple and fairytale-like expressions and an unique coloring style. At 74 in 1990, he passed away
장흥은 지하철 3호선 구파발과 불광동, 연신내쪽 노선과 연계되어 19번 버스와 19-1번 버스가 서울에서 부터 장흥유원지로 갈 수 있다는 노선안내가 숯가마 접수대에 소개가 있다. 과거에는 택시가 22대가 운행되어 좋았다는데 요사이 불경기로 택시 2대만 운영이 되어 차량으로 오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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