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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SNS시대 인간관계의 미학 /최진봉교수

지난 6월 말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구글이 새로운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SNS) 구글 플러스(Google+)를 내놓았다. 구글 플러스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기존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실제 생활 나누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온라인 공간에서 최대한 현실세계의 사회관계와 흡사한 환경을 구현하는데 서비스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글 플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약 2000만명이 사이트를 방문했고, 이용자들은 매일 10억건 이상의 아이템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사이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기의 발달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는 급속히 우리 사회에 퍼져나갔고, 이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사회적 영향력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SNS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대체하게 될까?

전화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전화기가 전통적인 인간관계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팩스와 이메일이 등장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같은 예측을 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으로 소위 닷컴(dot-com) 광풍이 불던 1990년대 후반에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던 전통적인 인간관계와 사회관계 형성을 사라지게 만들어 거리의 카페와 기업의 사무실, 그리고 도시의 인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과는 달리 우리는 카페에서 친구와 동료를 만나 수다를 떠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서도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현대인들의 업무처리 방법이 다양해지고 편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업무가 훨씬 더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래서(Edward Glaeser)는 `도시의 승리(The triumph of the city)`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메일이 탄생한 후 기업인들의 출장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증가했고, 영상회의 시스템이 개발된 후에도 회의를 위한 기업인들의 출장은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연구원인 아이섹 코아네는 최근 몇 년간 학술 논문집에 두 명 이상의 연구자가 공동으로 발표한 3만5000건의 논문을 분석해 발표했는데, 그의 분석에 따르면 공동 연구자들이 서로 거리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을수록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들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인용되는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논문의 질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공동 연구자들이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연구주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질수록 연구성과가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도 크다. 그러나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오감을 통해 나누는 대화에는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고 전달할 수 없는 가치와 의미가 담겨 있다. 몸짓과 눈짓, 표정, 잔잔한 미소를 통해 전해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느낌과 의미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야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소셜 네트워크가 아무리 발전해도 전통적인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인간관계를 맺을 때 이 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현대를 사는 우리 자신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