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끝자락에서 오랫만에 북한산을 오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광화문에 도착하니 오전 9시 버스 정류소도 바뀌고 차 번호도 바뀌어 7212번이 구기터널을 가는 것으로 나온다.
오랫만에 효자동도 보고 부암동도 보니 참 좋다. 대학시절 효자동 한옥에 살았던 나로서는 늘 이곳은 제2의 고향이고 내 청춘의 거리리기도 하다.
구기동에서 하차하여 북한산 등산 진입로 들어서는데 늘 주말에 사람들 속에 시끄러운 산행을 하는데 익숙한 내가 평일 산행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놀라움이 있었다.
사실 평일 산행을 하는 부지런한 사람의 말에 자극 받아 오랫만에 나선 길인데, 정말 산행 동안 이곳이 도심 안에 있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산은 새들과 나비떼가 날고, 산에 흐르는 물소리가 너무나 청아하다. 사람이 없는 산 속의 풍경은 참으로 작은 감동이다. 물 속에서 노니는 버들치의 몸 동작이 살아 있다.
산행 등산로를 줄로 막아 가끔은 불쾌감도 있었지만 오늘 자여이 살아 숨쉬는 것을 보니 작은 불편함과 통행 금지의 구역을 설정하여 산을 보호한 효과로 눈으로 보니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길 초입에 나비들의 군무를 보았다. 어디서 이 나비 떼가 왔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탄성을 지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비를 참 좋아하기에 그 자리에 서서 나비들의 날개짓에 넋을 잃고 바라다 보았다.
나비들의 몸짓을 동영상으로 잡고 싶은데 갑자지 동영상 촬영을 했으나 거리가 있어 내가 느끼는 그 즐거움이 잘 포착되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그 무엇보다 멋진 나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산을 오르면서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너무나 오랫만에 북한산을 오르다 보니 숨도 차고 땀도 많이 나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을 찍어 보았다. 날씨가 좋아서 인지 꽃의 싱싱함과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나의 삶도 이처럼 정갈하고 고왔으면 한다.
자신의 색을 잊지 않고 그 고유한 빛깔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을 오르고 오르다 보니 멀리서 산사에서 목탁소리가 들려와 지친 나에게 힘내라고 말을 건내는 듯하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오늘 산행을 하면서 막연히 정한 것은 힘이 된다면 문수사와 도선사를 꼭 들려서 마음의 티끌을 씻어 내리는 명상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시작했다.
북한산에 오르면 문수사에 오르기 전 잠시 늘 쉬는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서 바라다 보면 모현봉이 시원하게 바라다 보인다. 오늘은 사람이 보이지 않아 더욱 바위 주변 소나무와 달개비 꽃의 쪽빛이 참 곱다.
그동안 북한산도 길이 조금씩 바뀌어 문수사에 오르는 길도 나무 다리가 늘어 있고 예전에는 스님들의 몸을 닦던 곳은 출입금지가 되어 있고, 대웅전도 재 조성을 하여 대웅전이 매우 웅장해져 있다. 대웅전 앞에 나무 의자에 앉아 스님의 독경과 목탁소리에 몸을 맞기고 앉았다.
산 아래에서 물을 파는 곳이 없어 산행 초입 마지막 음식점에 들러 물을 좀 얻고자 했는데 공괴롭게도 그 집이 폐업을 하는지 어수선한 와중에 그 집 정수기를 사용하였기에 그 주인장이 지금은 어렵겠지만 용기와 기쁨을 갖도록 짧은 기도를 해 주었다.
스님은 여러 중생들의 간구를 하고, 나는 목탁소리에 내가 아는 사람들을 위해 짧은 기도를 올리고 대성문으로 향했다. 사실 오랫동안 북한산을 산행을 하였지만 오늘 처럼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제대로 산을 보며 걷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정말 산을 보지도 않고 주마간산격으로 산행을 하였지만 제대로 볼 눈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산과 하나되어 느린 걸음으로 눈에 들어 오는 것들을 찍으면서 걷기로 마음 먹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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