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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뉘라서 말릴 수 있겠는가?

극악스런 매미의 울음이 피를 토하고 있다.

장마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이제는 습한 밤과 매미의 울음이 시작되었다. 중복이 지났으니 벌써 울어 했어야 할 매미가 늦은 피를 토하고 있다.

한 철 살기 위해 굼벵이 생활을 한 매미가 오늘 나는 밉지 않다.

 

저도 한철 살아 보겠다는데 뉘라서 말릴 수 있겠는가? 요사이 애띤 청소년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푸릇푸릇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된다. 내가 저 아이들 만 했을때 나는 어떤 아이였지? 아마도 나는 늘 가슴을 열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아파했다. 내 마음을 알아 주는 사람이 참 내 주변에 없었다.

 

성격이 싹싹하지도 또 누구에게 애교를 부릴 줄 아는 것도 없었다. 아마도 애교도 그를 사랑스럽게 봐주는 눈길이 있을 때에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애교있고 염염한 사람을 좋아 한다. 내가 가진 것이 없기에 그 재능을 바라만 봐도 즐겁다.

가끔 내게 애교를 부린다면 아마도 나는 그 자리에서 속된 말로 해삼이 될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참으로 묘해서 가볍고, 진중하고, 얍삽하고, 간교하고, 잔혹하고,신앙적인 다양한 모습들이 우리 안에 있다. 그리고 사람 속에 그런 것이 다 숨어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가볍고 간교하고 잔혹한 사람이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내 심지가 여린 까닭에 너무나 인간미가 없는 사람과는 교류하고 싶지 않다.

 

조금 모자라도 다정다감하고 진솔한 사람이 좋다. 그가 어떤 위치에 있든 본 마음이 진솔한 사람은 어디에 있든 그 답다. 그러나 간교한자는 어디에 있는 늘 부평초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외로워도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인간이 좋다.

아마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가 외로워 보일지라도 느티나무 자신은 오히려 그 나무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이들을 측은한 마음으로 품어 줄 것이다.

 

무더위와 습한 장마비가 교차하는 7월 말, 나는 풍파에 시달려도 흔들리지 않고 지쳐 돌아 온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의연한 느티나무처럼 살고 싶다. 내가 갖지 않은 상냥함과 애교는 없지만 적어도 무엇인가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관계는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날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아직 내게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용기를 잃지 않고 내가 살아 내는 이 하루가 내 인생의 전부일도 있기에 나는 오늘도 피를 토하는 매미처럼 하루를 살들하게 살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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