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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국립이천 호국원에 계시는 소년병 나의 아버지

소년병으로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나의 아버지가 지난 5월 5일 오전 3시 20분에 세상을 떠나셨다.

집안의 선산이 있었지만 호국을 한 사람을 위해 마련된 호국원은 너무나 정갈하고 아름다운 봉안 시설을 보고 이곳에 안장하기로 결정하였다.

 

 



 

위 사진은 지난 5월 1일 아버지 병 문안을 다녀오면서 동두천 턱거리 고개길을 내려오면서 꽃이 너무 고와서 나도 모르게 명자나무 꽃을 찍었다.

푸른 5월의 첫날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나누고, 아버지께서 모든 마음의 걱정과 무거운 짐을 내려 놓기를 간구하면서 한참을 안아주고 나 조차 숨이 막힐 듯하여 걸었다.

 




 

위 사진은 이천 호국원에 도착하여 의식을 기다리는 중에 너무나 고운 철쭉 꽃을 바라보면서 너무 고와서 눈물이 난다.




 

자식으로서 도리를 하지 못한 나로서는 죄인임을 시인한다.

아버지를 끝까지 돌보지 못한 죄인으로 국가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해 주고 기념해 주니 얼음처럼 냉냉한 내 가슴 속이 봄 눈이 녹듯이 마음이 풀렸다.




 

소년병으로 6.25에 참전하여 1.4후퇴때의 동상으로 고통받던 일과 배고품과 이와 벼룩으로 고통 받던 일들을 이야기하던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아버지, 아버지가 아끼고 사랑했던 딸은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얼마나 비정하고 못된 짓을 했는지를 후회하고 통회를 합니다.




 

아버지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아름다운 호국원에서 편히 쉬시고,

가까운 시일 아버지가 사람하던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아버지 하늘나라에서는 

아버지의 꿈이 이루어지고,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와 만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5월 7일 오후 2시.

현충관에 20명의 가족이 모여서 안치 전에 호국원장의 진행으로 안장의식과 합장의식이 이루어졌다. 고인에 대한 배려와 가족에 대한 배려로  너무나 감사하였다.

젊은 날의 아버지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아버지, 자식을 출가시키는 아버지, 아버지가 같이 하지 못해서 마음 아퍼하시던 모습과 굶주림에 눈 속에 서 있는 소년병인 아버지 등등 온갖 아버지의 잔영들이 나와 우리 가족에게 나타나셨다.










 

아버지 모두 용서해 주시고,

모든 걱정 다 잊으시고,

아버지가 우리에게 준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면서 살겠습니다.

아버지 이제 편히 쉬십시요, 나의 아버지!














 

합동 안장식을 기다리는 동안 쉼터 근처에서 벌집인 줄 알고 거드려 보았는데 땅에 붙어 있어서 꺾어 보니 버섯이었다.

독 버섯인 줄 알았는데 향기가 송이 향이 나는 버섯이 궁금하여 벌집모양 버섯이라 네이버에 검색을 해 보니 이 버섯의 이름은 <곰보버섯>으로 송이버섯 향이 나고 식용이라고 한다.

마치 아버지가 버섯으로 환생한 듯한 착각도 든다.

과연 환생은 있는 걸까?

 

 

 

봉안식이 있고, 우리는 49제 뒤에 어버지의 명패가 있는 곳을 방문할 것이다.

그때에는 이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어 질 수 있을까?

날씨도 꽃도 고운 5월 아버지는 우리 형제에게 화합을 당부하고 계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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