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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꽃을 기르는 내 마음

남들은 수다도 잘 하는데 사실 나는 누군가와 마음을 놓고 수다를 떨어 본지가 너무 오래라서 나에게 있어서 마음것 웃고 수다를 풀어 보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로망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람과의 관계와 관계에는 꼭 무언가가 필요하다. 믿음이라든지, 코드라든지 여러가지 복합된 요인에 의해 수다와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혹은 간절한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그런 일들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을 때도 있다. 세상과 소통의 끈을 놓은지 오랜 나로서는 다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려니 무척이나 부자유스럽다. 오랜 친구를 만나서 느낌은 조금 실망스런 부분이 있었다. 바로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하는데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모습으로 그를 보니 조금 못 마땅하고 조금 버거워진다.

나 같은 사람은 아마도 내 맘대로 하는 것을 허용하는 짐승과 만나는 사람들일 것이다. 요사이 개나 고양이 그리고 다양한 애완 동물을 기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의 깊은 내면에는 이런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그런 애완동물마저 지 마음이 변하면 비정하게 물건을 버리듯이 죄의식없이 유기한다.

나의 경우 번잡한 동물 보다는 식물과 대화를 즐긴다. 식물은 조용하고 내 마음을 환히 드러내놓게 하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꽃이 피고, 때론 잎이 말라 있을 때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그 꽃이 나에게 말을 걸어 "나, 목 말라!"라고 외친다. 그런 꽃들이 참 좋다. 없는 듯, 있는 듯하면서도 정말 내가 마음 산란해 할 때에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어릴 적 꽃밭과 정원 가꾸기를 즐겼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그 고단함을 꽃과 나무와 함께 했을 내 아버지. 이제 나 또한 내 어릴 적 아버지 나이즈음 되고 보니 세상사가 무섭기도 하고 때론 호기도 부리고 싶기도 하다. 인생에 있어서 반절을 살아온 나로서는 이제야 말로 조금 세상을 알았으니 앞으로 남은 날에 대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써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새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로운 비젼이 신문이며, 매스콤이 떠들석하다. 새롭다는 것은 새 소망을 가져보는 것인가 보다. 사실 요즘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이 작은 기운이 나를 다시 용기를 내도록 힘을 불어 넣어 준다. 2012년 계획했던 공부도 마쳤고, 내일은 친구와 아버지를 만나려 약속을 해 놓았다.

나는 불효를 하는데 옛 친구는 오래 전처럼 내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같이 보기를 원하였다. 사실 나는 이런 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 정말 싫은데 친구는 참 효심이 많은 것 같다. 우리 집에 놀러와 어른들의 안부를 묻던 벗이 이제 늙고 병든 내 아버지를 다시 상봉하겠다고 한다. 나는 12월을 아버지를 보는 것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누구나 다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을 우리는 머리로는 알지만 현실을 깨닫는자는 과연 몇이나 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