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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건강

60대 자살률 OECD 3~5배 ‘노인 잔혹사’

김양중의 건강수첩

우리나라를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자살 관련 통계 그래프를 보면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자살자 수는 단위가 다르다.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등은 자살자 수의 단위가 0, 5, 10, 15로 올라가지만, 우리나라만 별도의 단위로 그래프를 보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단위가 0, 20, 40, 60으로 올라간다. 또 하나는 다른 나라들은 자살이 10~30대에 많다가 노인 세대에 접어들면 감소하거나, 증가한다고 해도 아주 소폭이지만, 우리나라는 10대부터 계속 증가하다가 65살 노인 세대에 이르면 증가의 기울기가 다른 나이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10~30대에서는 우리나라가 노르웨이나 이탈리아보다 낮지만 60대에 접어들면 다른 나라들은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0~40명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100명을 훨씬 넘는다. 75살 이후로는 160명도 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웃 나라인 일본도 자살이 40대 중반에 정점을 이루다가 그 이후로는 감소한다”며 “특히 노인 자살 분야에서는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높은 노인 자살률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현대판 고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비판도 자주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건강지표와 자살을 비교해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내놓은 ‘제3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을 보면,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1.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11.1명의 2배가량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살률 증가폭이 가파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8년에 인구 10만명당 26명으로 크게 늘더니, 2009년에는 31명까지 증가했다. 흡연, 음주 등 다른 건강 위해 행동 비율은 낮아졌고, 영아사망률 등 다른 보건지표가 좋아진 것과는 더욱 대비된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우울증 및 스트레스 관리에 역점을 둬 2020년에는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18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에는 원인 파악이 먼저다. 노인 자살의 원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계가 있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바를 보면 각종 질환을 앓으면서 나타나는 고통과 빈곤이 가장 주된 원인이다. 질병과 빈곤으로 심한 고통을 겪고 가족들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는 것이 낫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질병이나 가난과 비교하면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린다. 노인 자살 분야에서는 정말 이름 그대로 보건과 복지가 함께해야 좋은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중병에 걸린다고 해도 돈 걱정 없이 치료 및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연금을 비롯해 각종 복지제도로 빈곤을 염려하지 않도록 해야 노인 자살을 줄일 수 있다. 정부의 종합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한겨레 발췌 등록 : 2011.06.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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