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유력 정당이 복지 강화를 공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때 ‘나’의 삶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지금 제도권 정당들은 복지에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예컨대 내가 낼 세금은 얼마나 늘어날까?
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스마트폰 앱이 나왔다.
2월29일 발족한 풀뿌리 복지운동 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내만복)가 내놓은 ‘복지체험 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을 통해 급식·보육·의료·등록금·장애인연금 등에서 내가 받을 복지와 이에 따른 세금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게 됐다. 앱을 내려받아 연소득, 의료비, 가족 구성 등 ‘가구 특성’을 입력하면 ‘현재의 복지 급여’와 앞으로 ‘최소한의 보편복지 시스템에서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을 차례로 보여준다.
저소득층 30대 주부의 경우를 보자. 이 주부는 회사원인 남편과 자녀 3명(초등학생, 만 5세, 만 2세)을 두고 있다. 지난해 남편은 직장을 옮기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는데 ‘자발적 실업’인 만큼 실업급여는 받지 못한다.
그래서 연소득은 2500만원 정도. 전셋집에 살고 있고 지난해 부담한 의료비는 200만원(본인 부담금)이다. 이렇게 가구 특성을 입력하면, 이 가정이 현재 받는 복지 급여가 월 74만원(연간 888만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월 2세와 5세 자녀에게 지원되는 보육료가 각각 29만원·20만원이며,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건보 급여가 월평균 25만원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급여 항목이 3개이고, 혜택 규모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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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들이 증세에 참여하는 운동을 제안했다. |
그러나 ‘미래의 복지국가’에서, 이 가정의 복지 급여는 월 74만원에서 184만원(연 2215만원)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난다. 먼저, 기존 항목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가 월 8만원, 보육료도 10만원 내외씩 올랐다. 이에 더해 아동수당(20만원), 주거비 지원(10만원), 실업급여(50만원) 등 새로운 복지 급여 항목이 추가되었다.
이 가구의 경우, 남편이 더 나은 직장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직업 재훈련)하기 위해 기존 직장을 그만뒀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미래의 복지국가’에서는 실업급여가 나온다. 직업 재훈련의 경우, 개인 가정에는 물론이고 국가경제 전반의 산업 고도화에도 필요하다는 측면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복지 급여가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비해 더 내야 하는 세금은 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료가 1만8000원, 고용보험료가 1만1000원 더 늘어났을 뿐. 매달 3만원 더 내고 110만원 더 받는 셈이다. 이는 국민 모두가 세금을 더 내되, 부유층은 많이 더 내고 저소득층은 조금 더 낸다는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연간 복지 예산 60조원 늘리면 가능
‘내만복’이 설정한 ‘미래의 복지국가’ 모델은, 연간 복지 예산을 지금보다 60조원 더 늘릴 때
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복지 지출 규모는 연간 110조여 원으로 GDP의 9% 정도.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에서는 30% 이상이며, 국민건강보험이 세계 최악 수준인 미국에서도 13~14%에 달한다. 내만복이 한국의 복지 수준을 OECD 평균(19%)으로 높일 때 필요한 복지 지출 규모를 추산해보니, 무려 130조원의 복지 예산이 추가로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OECD 중하위권의 복지로 목표를 수정했는데, 이에 추가로 필요한 복지 예산 규모가 60조원인 것이다.
60조원 중 25조원 정도는 과도한 공공 토건사업에 들어가는 돈이나 국방 지출을 줄여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35조원은 증세를 통해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내만복은 내다봤다. 그렇다면 어떻게 증세할 것인가. 일차적 원칙은 부자 증세다. 부자와 대기업이 세금을 더 납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 원칙은 부유하지 않은 시민도 자신의 능력에 따라 증세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유층은 지금보다 많이 더 내야 하지만 저소득층 역시 조금이라도 더 내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증세로 가능하다는 것.
오건호 ‘내만복’ 공동운영위원장은 “부자들에게만 ‘내라’고 요구하는 것을 넘어 보편복지를 바라는 다수 시민도 복지 재정 확충에 참여하는 ‘내자’(우리도 낼 테니 당신도 내라) 운동을 하려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그래서 저소득층에 속하는 연소득 2500만원 가구도 매월 3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보다 높은 소득으로 갈수록 세금이 늘어난다.
연소득 4800만원인 중산층의 경우를 보자. 중년 부부가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하며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다. 의료비 본인 부담금이 400만원이며 자가 소유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가구 특성을 ‘복지체험 앱’에 입력하면, 이 가족이 현재 받는 복지 급여는 월 59만원(기초노령연금 9만원, 건보 급여 50만원)에 불과하지만 보편복지 국가에서는 월 122만원으로 두 배 조금 넘게 늘어난다. 기초노령연금이 10만원, 건보 급여가 25만원씩 증가한 데다, 월 28만원인 ‘등록금 지원’이 신설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매월 더 내야 하는 세금은 7만원 정도다. 복지 혜택을 63만원 더 받는 데 비해 세금 추가 부담은 7만원 정도이니, 중산층 역시 큰 혜택을 보게 설계된 것이다.
이에 비해 부유층은 복지 혜택이 늘어나지만 세금 부담은 더 크게 증가하는 경우다. 연소득 5억원인 4인 가족(65세 이상 노인 1명, 대학생 자녀 1명, 자가 주택, 의료비 본인 부담 600만원)의 경우, 현재 매월 75만원의 복지 급여를 받는다. 그런데 ‘미래의 복지국가’에서 이 부유층 가구는 매월 163만원의 복지 급여를 추가로 받게 되는 반면 세금 역시 월 376만원 늘어난다.
오건호 내만복 공동운영위원장은 “복지체험 앱은 시민들에게 복지국가에서 가능한 혜택과 부담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풀뿌리 복지국가 주권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스웨덴 모델, 독일 모델, ‘낮은 세입, 작은 복지 모델’ 등의 앱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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