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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지구서 완벽한 갑옷 세트 출토

경주 쪽샘지구서 완벽한 갑옷 세트 출토
고대무사ㆍ말 갑옷 함께 발견된 첫 사례…동아시아서도 처음
4~5세기 무사 추정사람이 착용한 비늘모양 찰갑 드러내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현에 있는 고구려 지안현 서안12호 동벽묘사도. 벽화 속 중장기병 모습이 경주 쪽샘지구 발굴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사진 제공=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1600년 전 중무장한 말을 타고 갑옷을 입은 채 전쟁터를 누비던 장수 무덤이 발굴됐다. 특히 이 무덤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 등을 통해서만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던 삼국시대 중장기병(重裝騎兵ㆍ중무장을 하고 말을 타고 싸우는 무사) 또는 개마무사(鎧馬武士ㆍ철갑옷으로 무장한 말을 탄 무사) 갑옷과 마구류가 완벽한 상태로 나와 화제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2일 경북 경주시 황오동 고분군(사적 41호) 쪽샘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부곽식목곽묘(主副槨式木槨墓ㆍ1개 봉분 속에 구덩이가 2개인 무덤구조)인 `C10호묘`에서 갑옷과 각종 마구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무덤 주인이 묻힌 주곽(主槨)에서 찰갑(札甲ㆍ무사가 착용하던 비늘식 갑옷)과 마갑(馬甲ㆍ말갑옷) 일체가 발굴된 것. 부장품을 넣는 부곽(副槨)에선 마주(馬胄ㆍ말 얼굴가리개)와 안교(鞍橋ㆍ안장틀), 등자(발을 걸어 말에 타는 도구), 재갈 등이 출토됐다.

이번에 공개된 무덤 주곽에는 목ㆍ가슴과 몸통, 엉덩이 부분으로 나뉜 마갑을 바닥에 깐 다음 몸통 부분 마갑 위에 무덤 주인공 것으로 보이는 찰갑이 펼쳐져 있었다. 찰갑은 흉갑(가슴가리개)과 배갑(등가리개)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이 둘을 옆구리에서 여미게 만든 구조였다. 또 만곡종장판주(굽은 형태의 긴 철판을 세로로 연결해 만든 투구), 목가리개와 견갑(어깨를 보호하는 갑옷), 비갑(팔을 보호하는 갑옷) 등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함께 무더기로 나왔다.

지병목 소장은 "말 갑옷과 사람 갑옷이 질서정연하게 깔린 점으로 볼 때 무덤에 묻힌 사람은 그 위에 안치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말 갑옷과 사람 갑옷이 완벽한 상태로 함께 발견된 사례는 없었다. 말 갑옷은 1992년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한 함안 마갑총(馬甲塚)에서 온전하게 나왔지만 이번 쪽샘지구 출토품보다 상태가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사람이 착용한 갑옷은 지금까지 판갑(板甲ㆍ장방형 큰 철판으로 만든 갑옷)은 종종 발굴돼 원형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았으나, 찰갑은 일부 부속구만 나와 그 형태를 안악 3호분이나 쌍영총 등 고구려 고분에 있는 벽화 등을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밖에 갑옷 북편에서는 환두대도(環頭大刀ㆍ둥근 고리자루를 갖춘 긴 칼)와 녹각병도자(鹿角柄刀子ㆍ사슴뿔 모양 손잡이로 된 작은 칼)도 발견됐다.

지 소장은 "환두대도 자루 부분이 동쪽으로 향해 있는 점을 볼 때 묻힌 사람 머리를 동쪽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신 머리 쪽에는 고배(高杯ㆍ높은 다리가 달린 잔)와 장경호(長頸壺ㆍ목이 긴 항아리) 등 토기와 창, 도끼 등 철기류가 묻혀 있었다.

부곽에서는 마구류와 함께 대호(大壺ㆍ큰 항아리)와 유개사이부호(有蓋四耳附壺ㆍ뚜껑을 갖추고 네 개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 등 토기류가 수습됐다. 지 소장은 "함께 묻힌 토기 등 형식으로 볼 때 무덤이 5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쪽샘지구 `C10호묘`는 동서 방향으로 주곽(440×220㎝)을 파고 그 안에 목곽(380×160㎝)을 안치했으며, 그 서쪽에 부곽(260×220㎝) 구덩이를 마련한 다음 또 목곽(210×160㎝)을 두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 소장은 "고대 무사 투구와 찰갑, 말 얼굴가리개와 말 갑옷 등이 완벽한 세트로 발굴된 사례는 동아시아에서도 거의 없었다"며 "중국 진시황 병마총에서 무사 보호장구가 발견됐으나 이는 철제가 아니라 가죽류였다"고 말했다. 또 "철제 보호장구를 무사와 말 모두에게 장착한 점으로 볼 때 신라 철제기술이 상당히 앞선 점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4~5세기 신라 발전의 토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중장기병대 장수 또는 중장기병 모습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발견된 갑옷과 장구들을 안전하게 보존처리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 손동우 기자]

삼국시대 중무장에 쓰인 갑옷ㆍ장구는?



최대 규모의 신라고분 밀집지역인 경북 경주 쪽샘지구에서 출토된 신라 갑옷.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장중한 철제 갑옷을 입고, 말에도 이중삼중 철제 보호장구를 씌운 채 들판을 달리는 장수 모습을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 갑옷과 장구들이 모두 똑같아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 따지고 들어가면 전혀 그렇지 않다.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부위마다 이름도 서로 다르다.

사람이 입는 갑옷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눈다. 판갑(板甲)과 찰갑(札甲)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봤던 장방형의 큰 철판을 덧대 만든 갑옷이 `판갑`이고, 철을 촘촘하게 꼬아 비늘식으로 만든 갑옷이 `찰갑`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대개 찰갑은 판갑에 비해 유동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커다라 판 하나로 되어 있는 판갑은 찰갑과 비교할 때 아무래도 무겁고 움직이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병목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소장은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찰갑이 판갑보다 더 발전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옷 부위에 따라서도 이름이 모두 다르다. 가슴을 가리는 것을 `흉갑`, 등을 가리는 것을 `배갑`이라 하며, 굽은 형태의 긴 철판을 세로로 연결해 만든 투구는 `종장판주`라 한다. 또 `목가리개`와 어깨를 보호하는 `견갑`, 팔을 보호하는 `비갑`도 있다. 이들은 대개 모두 따로 만들어져 착용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2일 쪽샘지구에서 발견된 찰갑은 흉갑과 배갑을 옆구리에서 끈 등을 이용해 여미게 만든 `양당식`(앞과 뒤, 두 부분으로 만들어 열 수 있도록 한 모습) 구조로 되어 있다.

말에 착용하는 갑옷 `마갑`도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에 발굴된 마갑은 목과 가슴, 몸통, 엉덩이 부분을 따로 씌우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밖에 말에 착용하도록 만든 부속 도구에는 마주(馬胄ㆍ말 얼굴 가리개)와 안교(鞍橋ㆍ안장틀), 등자(발을 걸어 말에 타는 도구), 재갈 등이 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