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약속을 한달전에 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아퍼서 같이 하지 못하였지만 나는 새봄에 맞는 기운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내 딪었는데 생각 밖으로 볼 거리가 많은 산이다.
산에 오를 때는 금오산 초입에서 급한 마음에 허둥거리고 메타스퀘어길만 보았는데 하산길에 보니 금오산 관광호텔의 흔들다리도 재미있고, 관광호텔 산책로에 들어서니 멋진 소나무길이 운치를 더해 준다.
나는 높고 큰 메타스퀘어 나무가 우리나라 국토에 그만 있었으면 한다. 처음 그 나무를 볼때는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제 이 지방 저 지방에서 흔하게 보다 보니 내 나라의 정서적인 공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가지런한 흙길과 멋스런 소나무 길을 걷다보니 그네도 있고,그 길을 계속 내려 가니 채미정이라는 고풍스런 사당이 있다.
채미정은 고려 말기의 충신이며 학자인 야은(冶隱) 길재(吉再)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기 위하여 1768년(영조 44)에 건립하였다고 한다.채미정 앞쪽으로 흐르는 맑은 냇물과 계류와 수목들이 어우러져 경관이 뛰어난 명승지이다.
길재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하자 태상박사(太常博士)의 관직을 받았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 돌아와 은거생활을 하면서 절의를 지켰다. 1419년(세종 1)에 별세하자 나라에서 충절(忠節)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채미(採薇)’는 고사리를 캔다는 뜻으로, 은(殷)이 망하고 주(周)가 들어서자 새로운 왕조를 섬길 수 없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으며 은나라에 대한 충절을 지켰던 백이·숙제의 고사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冶隱 吉再시
臨溪茅屋獨閑居 임계모옥독한거
시내가 오두막에 홀로 한가로이 사니
月白風淸興有餘 월백풍청흥유여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흥취가 많아라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불래산조어
바깟 손님은 아니오고 산새는 지저귀는데
移床竹塢臥看書 이상죽오와간서
대밭에 평상 옮겨 누워서 책을보노라
채미정은 벽체가 없고 16개의 기둥만있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정자건물로 중앙에 방 1칸을 만들고 사방에 마루를 둘렀다. 경역에는 숙종의 어필 오언시(五言詩)가 보존되어 있는 경모각(敬慕閣), 구인재 (求仁齋)와 비각 등의 건물이 있다.
영남과는 인연이 없어여행객으로 구미 땅을 밟고 보니 금오산의 위용과 폭포의 호연에서 옛 선비들의 강건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선비들의 후원에는 대나무가 있어 바람에 스치는 댓닢소리가 참 좋다. 고풍스런 건물의 마루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니 참 행복하다.
오랜 풍상을 이겨낸 고목과 선비의 숨결이 있는 사당과 정원을 보니 아직 이른 계절이라 4월쯤에 다시 방문하면 고운 꽃들이 새소리처럼 환하게 맞아 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아이와 함께 이곳에 방문하여 야은 길재의 충성심을 가르쳐 주고 싶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듸 업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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