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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황금명절이 나에겐 안식년 같다

연휴가 시작되기 첫날 20일 아침부터 눈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더니 사람들이 추석인사를 남기고 사무실을 하나 둘 빠져 나갈때 쯤 오후 3시경부터 눈이 충혈되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서둘러 병원에 가보니 유행성 결막염이란다. 지난 주말 아들의 눈이 빨갛게 되어 있어 병원을 갔다와 학교에 가지 못했는데 이번엔 나에게 전염이 된 것이다.

눈이 충혈되고 눈꼽이 한 없이 나와서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약을 먹고 안약을 넣었지만 결국 시댁에도 친정에도 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말아야했기에....

추석에 아들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시댁에 보내고 점심쯤 공수받은 추석음식을 먹으면서 탱자 탱자 TV를 틀어 놓고눈으로도 TV를보지 못하고 귀로 조금 듣다가 약기운으로 잠만 잤다. 눈이 불편하니 연휴에 보려고 벼르던 책들도 하려던 일들도 모두모두 트러지고 원치 않는 휴식을 취했다. 하루이늘 지나면 되겠지하고 낙관론을 가졌는데 오늘도 안과에 방문하여 안과샘이 추석내내 고생 많으셨죠?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 나는 조바심에 "염증은 이 덜 가라 앉았지요?"라고 물으니 샘은" 오늘 약을 좀 바꾸어 주고 앞으로도 한 삼일 고생하시겠네요"라고 말해 주신다.

지난 연휴 전 장사진이던 안과 풍경이 떠오른다. 사실오늘은 쉬려고 했는데 환자가 너무 많아서 문을 열었다고 하시면 미소짓는 샘을 보면서 의사 선생님들은 의술이 있어서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내생에는 의사라는 직업을 갖어 볼까? 두루 여러 사람을 돕고 살수 있다면 열마나 좋은 삶인가? 내가 그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연휴내내 핸드폰을 옆에 두고 연휴인사문자를 읽고 집 전화기까지 갈 기운도 없어서 핸드폰을 손에 들고 오랫만에 수다를 떨었다. 수다다운 수다를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친구들의 걱정과 위로의 전화를 들으면서 참 9월 징크스같다는 생각이 듵다.

내가 태어난 9월, 참 아름답고 넉넉한 계절인데 나는 9월이 되면 자꾸 아프니 내 좋아하는 국화의 계절에 나는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찬 서리 내려 않은겸허한 계절 그 어느날의노란국화 향기 속에서 라벨의 볼레로를 틀어 놓고 죽고 싶다. 운이 좋게 내 보고 싶은 친구, 가족, 그리고 나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 이면 더 더욱 좋겠다.요즘 들어 상가집을 자주 가게 되니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죽은 후 장례식은 너무나복잡하고 허례허식이 많은 것 같다. 조용히 가족과 더불어하늘의 명을 받고, 죽음이후에는 바로 시신기증 또는 화장터로 가서조용한 장례는 어떨까? 그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이루어지는 장례와 예식을 보면서 나는 그런 절차가 너무나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나의 경우 건강할 때 날을 잡아서 살아서 잔치(장례식)를 하고,죽음이후는 작은 엽서로사망을 알리는 정도의 심플한 삶을 정리하고 싶다. 사실 결혼도 심플하게 하고 싶었는데 어른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못했지만 죽음만은 나의 결정권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니 나는 나의 죽음이 낙관론이다.

이미 벌써 죽어야 할 사람인 미망인이요, 중병을 앓고 살아 있는 사람이기에 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은 친구같은 느낌이 든다. 죽음이 내게와 손을 내밀면 나는 "아직요", "타임" 등의 말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오, 예스"하고 서둘러 채비를 할 것이다.

추석 전날 퍼붇는 비를 바라보면서 참 만감이 교차한다.

앞으로우리는 얼마나 더 무서운 일을 보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하늘은 정말 바라다 보고 있는 걸까?자연재해를 통해 우리들의 무지와 탐욕을꾸짖어 주고인간성이 회복되었으면 한다. 만나지 못한 가족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눈병으로 누워서 보낸 5일간의 휴식은 거의 안식년을 보내는 사람같았다. 이제야 눈도 조금 나아지고 있어 컴을 열어 보니 400만명의 방문자 수가 되어 있다. 지난 오년의 세월 내게 힘이 되어 준 블러그!

늘 감사하고 고맙다. 늘 내게 좋은 사진을 보여주고 위로의 말을 건내준 사람들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에 좋은 그림과 사진도 심어주고 간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블러그를 통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보는 세상을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을 나누면서 블러그를 통해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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