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상식

주가연계증권(ELS) 시대

펀드 시대가 끝나고 주가연계증권(ELS, 잠깐용어 참조) 시대가 열릴까.

ELS는 펀드 환매 러시에 따른 대기자금을 대거 빨아들였다. 3월 ELS 발행액은 전달보다 8700억원 늘어나 5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2월 4조6500억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한 이후 1개월 만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주가 폭락 직후인 9월 발행액 1조8900억원과 비교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자산가들이 ELS로 돌아선 이유는 수익률 구조가 명쾌하기 때문이다. ELS 구조는 이렇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그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청약할 때 조건과 수익률이 미리 정해진다. 조기 상환 조건을 달성하면 몇 개월 만에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기 때문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대기자금을 맡기기에 적합하다.ELS는 투자한 돈이 어떤 조건일 때 얼마의 수익을 가져다 주는지 명확해 불확실성이 낮다.


예를 들어 A증권사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만기 2년에 연수익률 15%짜리 스텝다운형 ELS를 발행했다고 치자. 6개월 뒤 두 종목 주가가 발행 당시 주가(최초 기준가)의 75%를 넘으면, 6개월 수익률 7.5%(연 15%)로 자동 조기 상환된다. 이때 한 종목의 주가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75%보다 낮으면 조기 상환되지 않는다. 대신 6개월 뒤 조기상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상환 조건을 낮춰가는 스텝다운 방식에 따라 조건은 최초 기준가격의 70%로 완화된다. 이후 6개월 뒤엔 65%, 다시 6개월 후엔 60%로 낮아진다. 이처럼 수익구조가 명확해 투자자들은 맡긴 돈이 사라질까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원금 보장형으로 불안한 마음 달래

최근 발행된 ELS는 투자자 마음을 꿰뚫었다. 첫째, 원금 보장형 상품을 늘렸다. ‘반 토막’ 펀드에 상심한 투자자의 불안감을 헤아린 셈이다. 과거 ELS 역시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해 위험상품으로 분류되곤 했지만 ELS는 설계하기에 따라 원금 보장형이 가능하다. 지난 3월 발행한 ELS의 경우 16%가 원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이었다.

둘째, 만기 기간도 줄였다. 최근에는 통상 1년인 만기를 6개월로 줄이는 추세다. 주가가 코스피지수 2000 언저리를 움직일 때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어 오랫동안 돈을 묶어두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직접투자도 꺼려하는 투자자 심리를 반영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원금 95%를 보장하는 6개월 만기 상품을 팔았다. SK와 SK텔레콤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는데 만기가 6개월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에도 현대모비스를 기초자산으로 6개월 동안 정해진 수익률이 달성되면 즉시 수익을 지급하는 ‘즉시지급형’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동양증권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만기가 2개월짜리인 상품도 내놓았다.

셋째,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지수까지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가 늘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 관심 두는 투자자들을 고려한 상품이다. 3월 발행한 ELS를 기초자산별로 살펴보면 등락 폭이 큰 개별 종목형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지수형 상품 비중이 늘었고 국내와 해외 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가 전체의 80%를 넘는다. 특히 코스피200지수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가장 많다. 동양증권은 코스피200지수와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 보장형 ELS를 내놓았다. 만기 6개월인 이 상품은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종가 기준으로 만기 평가일까지 최초 기준가격의 115%를 초과해 상승한 적이 있다면 2%의 절대수익을 지급한다. 상승한 적이 없다 해도 상승률이 낮은 지수를 기준으로 상승분의 92%를 지급한다. 과거 신한금융투자가 두 기초자산으로 내놓은 공모ELS의 경우 발행 4개월 만인 지난달 연 36.5%의 높은 수익률로 조기 상환했다.



ELW는 규제에 죽 쒀

잠깐용어

ELS 주가연계증권. 주가지수나 특정 주식(기초자산)의 움직임에 연계해 사전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조기 또는 만기 상환 수익률이 결정되는 투자상품.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폭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정해진 폭을 넘어서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잠깐용어

ELW (Equity Linked Warrant) 주식워런트증권. 정해진 행사일에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증권. 풋(Put)ELW를 갖고 있으면 미래 시점에서 미리 정한 가격으로 기초자산을 팔 수 있다. 콜(Call)ELW를 갖고 있으면 미리 정한 가격에 기초자산을 살 수 있다.

ELS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지난해 증권가를 뜨겁게 달궜던 주식워런트증권(ELW, 잠깐용어 참조)은 휘청거린다. ELW는 정해진 행사일에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증권이다. 콜ELW는 자신이 보유한 ELW의 권리가격보다 종목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주식이 권리가격보다 하락하면 휴지조각이 된다.

ELW의 매력포인트라면 적은 돈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유자금 300만원이 있는 투자자가 살 수 있는 삼성전자 주식(130만원이라고 가정)은 2주뿐이다. 삼성전자 주식이 10% 오른다고 봤을 때 그는 260만원으로 2주를 매수해 26만원을 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확신하고 260만원을 투자해 20만원짜리 ‘삼성전자콜ELW’를 매수했다고 치자. 주가가 예상했던 대로 오르면 ELW의 레버리지 비율에 따라 5배 이상의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올해 들어 ELW가 위축된 이유는 정부 규제다. 정부는 유동성공급자(LP·Liquidity Provider) 호가 제출 제한을 골자로 한 제3차 ELW시장 규제방안을 시행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LP는 장내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스프레드)가 일정 비율(15%)을 넘어서 벌어져 있을 때만 호가를 제출하도록 했다. 과거에는 스프레드 20%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호가를 제시할 수 있었다.

당국이 LP 호가를 규제하고 나선 것은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를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LP 호가 시스템을 활용해 한 틱(단위)씩 고속으로 수익을 올리는 스캘퍼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제도 시행 이후 스캘퍼가 설 자리가 사라졌고 하루 평균 ELW 거래대금은 이전의 10분의 1 수준인 500억원 규모로 급감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